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가 개봉 1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들이 수없이 많지만 ‘색, 계’의 100만 돌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색, 계’는 거장 이안 감독이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흥행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영화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외하고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최고 수상작은 국내 관객들에게 ‘재미없는 예술영화’로 낙인찍히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색, 계’는 올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색, 계’는 미국과 중국과 달리 무삭제로 국내 개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됐고, 양조위와 탕웨이의 정사장면은 ‘실연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어 논란이 되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베니스 영화제 작품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은 그저 야한 영화가 아닌 좋은 영화를 감상한다는 명분을 갖게 했다. 또 2시간 47분이라는 긴 런닝타임과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도 영화 흥행에 큰 장애요소였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가는 오히려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일 정도로 관객 흡입력이 높았다. 또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은 성인관객층을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고, 20,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재관람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면에서 ‘색, 계’는 기존의 흥행 공식에 반하는 조건들을 가졌음에도 100만 돌파라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8일 개봉한 ‘색, 계’는 개봉 4주차에 접어들면서도 여전히 국내 관객들의 관심을 받으며 절찬리에 상영중이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