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몰이' 삼성, 성적은 '들쭉날쭉'
OSEN 기자
발행 2007.11.28 08: 32

[OSEN=이상학 객원기자] 서울 삼성은 그동안 서울을 연고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기에서 항상 뒤처졌다. 홈구장 잠실체육관은 언제나 원정 인기 구단 팬들에게 점거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빅 티켓’ 이상민이 가세한 올 시즌 홈 유료 관중이 급증하며 당당히 인기 구단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팀 성적은 들쭉날쭉하다. 28일 현재 삼성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7승8패로 인천 전자랜드와 함께 공동 7위에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상민마저 발가락 부상으로 최소 2주, 최대 4주 동안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 지나친 야투 의존도 서장훈을 보내고 이상민을 데려오면서 삼성은 팀 스피드가 몰라보게 빨라졌다. 가드진을 중심으로 스피디한 농구를 펼침과 동시에 파상적인 공격농구를 펼치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은 경기당 평균 89.5득점을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82.5득점)보다 무려 7.0점이나 상승했다. 야투성공률도 49.2%로 전체 4위. 특히 속공이 경기당 평균 5.07개로 늘어났다. 올 시즌 최고의 스피드팀으로 변모한 안양 KT&G(6.07개) 다음으로 많은 속공이다. 3점슛도 경기당 평균 7.6개로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이 성공시켰다. 팬들에게 어필할 만한 재미있는 농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야투 의존도에서 비롯된다. 특히 슛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센터 테런스 레더를 제외하면 대다수 선수들이 외곽슛과 속공으로 득점을 올리고 있는 형편이다. 평균 22.9점(5위)을 올리고 있는 레더도 받아먹는 득점이 많을 뿐 상대에게 위협적인 공격수가 되지는 못한다. 또 다른 외국인선수 빅터 토마스를 비롯해 이상민·이규섭 등 공격을 이끄는 선수들이 모두 골밑보다는 외곽에서 득점포를 올리고 있다. 아니면 속공 득점이 전부다.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흐트러놓는 선수가 없다. 돌파에 일가견 있는 강혁과 이정석의 부진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삼성은 슛 컨디션이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 극도의 경기력 차이를 보였다. 당일 외곽슛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천장과 바닥을 오간 것이다. 올 시즌 10개 구단의 평균 3점슛 성공률은 36.3%. 삼성은 3점슛 성공률 36.3% 이상을 기록한 6경기에서 5승1패를 거뒀다. 그러나 3점슛 성공률이 36.3% 이하를 기록한 9경기에서는 2승7패로 부진했다. 3점슛 성공률이 높은 날 승리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강팀은 3점슛이 좋지 않은 날에도 이길 수 있다. 삼성이 계속해서 외곽슛에만 의존하면 현재의 롤러코스터 행보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 허약한 수비와 골밑 지난 시즌까지 삼성은 높이를 위시해 꽤 괜찮은 수비력을 과시한 팀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평균 81.6실점으로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물론 공격 템포가 빠르지 않았던 만큼 실점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골밑과 외곽에서 대체로 평균적인 수비력을 보였다는 평이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89.1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공격 템포가 빨라진 만큼 실점 기회가 많아진 탓도 있지만 상대로 하여금 2점슛 성공률 57.5%(9위)를 기록하게끔 만들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는 대목이다.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상대에게 쉽게 득점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빠른 농구를 펼치는 삼성으로서는 체력적인 문제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체력 고갈은 곧 수비력 약화를 야기한다. 현재 삼성이 그렇다. 함께 스피드 농구를 구사하고 있는 KT&G가 다양하고 풍부한 벤치자원으로 체력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반면 삼성은 상대적으로 벤치가 취약하다보니 가용 인원이 적어졌고, 이는 곧 수비와 체력에서 문제점을 야기하고 말았다. KT&G는 속공도 가장 많지만 속공허용(2.2개)도 가장 적다. 그러나 삼성은 속공이 KT&G 다음으로 많지만, 속공허용도 평균 5.13개로 리그에서 3번째로 많다. 체력과 수비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허점들이다. 결정적으로 골밑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은 경기당 평균 35.3리바운드로 이 부문 전체 4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리바운드 마진은 -2.0개로 대구 오리온스와 함께 뒤에서 두 번째다. 경기 템포가 빠르다보니 리바운드를 잡아낼 기회가 많았지만 그만큼 많은 리바운드를 허용했다. 레더가 골밑에서 분전하고 있지만 원주 동부와 같은 높이의 팀에게는 매번 고전했다. 토마스도 골밑 플레이어보다는 스윙맨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다. 골밑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이규섭도 외곽에서만 겉돌고 있다. 안준호 감독도 높이의 보완을 실감하고 있지만 대책이 쉽게 서지 않는다. ▲ 이상민 공백 대책은 설상가상으로 삼성은 이상민마저 지난 25일 안양 KT&G와의 홈경기에서 오른발 엄지발가락 골절 부상을 당해 2~4주 정도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이상민은 최근 몇 년간 이런저런 부상으로 결장이 잦은 편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올 시즌 이상민을 경기당 31.7분씩 출장시키다 결국 부상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다행히 삼성은 가드자원이 매우 풍족한 편이다. 강혁을 비롯해 이정석·이원수·임휘종 등이 있어 이상민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야투 의존도와 수비 그리고 높이에서 보완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승부처 때마다 한 쪽 무릎을 꿇고 코트를 응시하는 안준호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복 있는 경기력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중거리슛·외곽슛 등 야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격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규섭은 동포지션 선수들을 상대로 신장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고, 강혁과 이정석도 돌파에서 남다른 장점이 있다. 특히 슈터로만 한정되고 있는 이규섭을 공격에서 더욱 다양하게 활용하고, 이상민과의 역할 중첩으로 위축된 강혁이 자신감을 갖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 시즌 평균 13.1점을 올린 강혁은 올 시즌 평균 6.3점에 그치고 있는 데, 공격에다 수비에서까지 해야 할 역할이 많다. ‘빅 티켓’ 이상민의 가세와 함께 빠르고 화끈한 공격 농구로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삼성. 이상민이 부상으로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2% 부족한 팀 성적까지 끌어올리며 인기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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