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인천 전자랜드가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즌 첫 3연승을 달리고 있는 전자랜드는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전자랜드가 3연승을 달린 것은 지난해 12월3일부터 12월12일까지 4연승을 기록한 후 거의 1년 만이다. 시즌 16경기에서 8승8패를 마크, 어느덧 5할 승률을 회복한 전자랜드는 부산 KTF와 함께 공동 6위로 발돋움했다. 김성철·조우현 등 주축 국내 선수들이 부상으로 개점 휴업한 가운데에도 크게 처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만큼 나머지 국내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 풍부한 가용 인원 시즌 전부터 전자랜드는 마땅히 주전을 고정할 수 없을 정도로 선수들이 전 포지션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가드진에는 황성인·정영삼·정선규·이홍수·김태진·정병국, 포워드진에는 김성철·전정규·이한권, 토종빅맨으로는 백주익·한정원·박상현 등이 있었다.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차가 극심한 나머지 팀들과 달리 전자랜드는 김성철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한 주전은 없었지만 대신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인원이 풍부한 편이었다. 이는 지난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지난 시즌 전자랜드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수교체(25.2회)와 함께 벤치득점도 평균 18.0점으로 전체 2위였다. 올 시즌에는 조우현과 김성철이 부상으로 초반 결장이 불가피했지만 전자랜드는 그들을 대신할 자원들이 많았다. 조우현의 자리에는 신인 정영삼, 김성철의 자리에는 이적생 이한권이 들어갔다. ‘돌파의 달인’ 정영삼은 소극적인 플레이가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평균 10.4점으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KTF에서 이적해 온 이한권은 평균 13.9점을 넣으며 실질적인 국내 주득점원 노릇을 해내며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았다. 여기에 안양 KT&G-창원 LG를 거쳐 전자랜드에 둥지를 튼 2년차 센터 한정원도 최희암 감독의 믿음 아래 경기당 19.1분을 소화하며 평균 7.8점·4.1리바운드라는 깜짝 활약으로 팀의 높이와 벤치에 깊이를 더해주었다. 정영삼·이한권·한정원이 1라운드 초반부터 활약을 펼친 가운데 최근에는 ‘규 브라더스’ 정선규-전정규도 지난 시즌 화력을 조금씩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올 시즌 포인트가드 역할에 치중하느라 자리를 잡지 못한 정선규였지만 지난 28일 LG전에서 3점슛 2개 포함해 10점·4어시스트·4리바운드로 활약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전정규도 들쭉날쭉한 출전시간으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평균 8.8점을 올리고 있다. 지난 주말 대구 오리온스-울산 모비스전에서는 2경기 평균 16.0점에 3점슛 3.5개를 터뜨렸다. 딱히 주전·비주전 가릴 것 없는 풍부한 가용인원의 전자랜드는 올 시즌에도 벤치득점이 평균 19.7점으로 전체 3위에 올라있다. ▲ 조직력·조화가 관건 그러나 확실한 주전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때때로 조직력에 있어 보이지 않는 균열을 야기하는 마련이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평균 80.4득점으로 이 부문 6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팀 어시스트는 14.6개로 전체 8위고, 야투성공률도 44.95%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주로 황성인-정영삼-이한권으로 국내 선수들이 중용됐지만, 나머지 선수들까지는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이처럼 전자랜드는 기복도 심한 편이다. 10월28일 안양 KT&G전에서 올 시즌 최소득점인 58점에 그치더니 바로 다음 경기인 10월30일 KCC전에서 95점을 폭발시켰다. 그러나 11월3일 모비스전에서 다시 72점에 머무는 등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고득점과 저득점을 오가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외국인 선수들과 조화도 전자랜드의 과제다. ‘전체 1순위’ 테런스 섀넌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평균 26.6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선수들과 조화에서 물음표 딱지를 확실하게 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섀넌은 어시스트도 평균 3.6개로 전자랜드에서 가장 많다. 볼 소유시간이 긴 편이지만 섀넌의 시야나 패스워크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선수들과 부분적으로 손발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포인트가드 황성인이 수비와 궂은 일에서 보이지 않게 팀에 공헌 중이지, 공격에서는 확실한 비전과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쉬운 부분. 황성인이나 정영삼 또는 정선규가 원활한 볼 배급으로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쪽선수’ 크리스토퍼 무어의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카멜로 리가 공수 양면에서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팀 상승세에 한 몫 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랜드는 김성철과 조우현의 복귀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김성철과 조우현이 주전 복귀를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국내 선수진이 꽤 탄탄해졌다. 팀을 이끌어나가고 고비에서 해결해 줄 확실한 구심점과 해결사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지만, 전 포지션에 걸친 내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팀 경쟁력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효율적인 선수 활용 및 관리가 이루어지면 장기 레이스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선수층이다. 최희암 감독으로서는 그야말로 골라 쓰는 재미가 나는 조건이다. 그러나 결과에는 책임도 항상 따르는 법. 올 시즌 최희암 감독에게 주어진 무거운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