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일본 괴물' 다르빗슈의 약점은 1회
OSEN 기자
발행 2007.11.29 08: 5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일전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은 딱 한 장 주어진 올림픽 본선 티켓 쟁탈전과 함께 아시아야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격전이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한국·일본·대만의 신경전이 대단하다. 하지만 은연 중에 한국과 일본은 대만을 배제한 채 서로를 호적수로 여기고 있다. 대만은 이달 열린 야구월드컵에서도 1.5군으로 구성된 한국에 패하며 8위에 그칠 정도로 전력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평이다. 12월 1일 대만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한국은 바로 다음날 열리는 일본전에 대해서도 걱정이 크다. 연이틀 경기가 펼쳐지는 불리한 대회 일정에서 마운드를 어떻게 꾸리느냐가 관건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상 최강으로 평가되는 일본의 마운드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일본은 이와세 히토키-후지카와 규지-우에하라 고지로 이어지는 이른바 ‘IFK’ 라인을 대기시키고 있어 경기 초반 선취점과 기선 제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전 선발로 ‘일본 괴물’ 다르빗슈 유(20)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선발투수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본 언론은 다르빗슈를 한국전 선발로 잠정 확정했다. 명실상부한 ‘일본 괴물’ 다르빗슈. 한국 야구가 베이징으로 가는 길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 그는 누구인가 다르빗슈는 익히 알려진 대로 이란계 일본인이다. 아버지가 이란인,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지난 8월 이번 아시아예선 참가를 위해 일본 국적을 택했다. 중학교 때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일 정도로 떡잎부터 남다른 기량을 보인 다르빗슈는 도호쿠고 시절부터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잇는 괴물투수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특히 고졸 신인으로 사상 처음으로 나이키와 스폰서 계약을 맺는 등 일찌감치 기량과 함께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196cm, 84kg의 모델 뺨치는 몸매와 조각 같은 얼굴로 야구 외적으로도 숱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나이키가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데에는 모두 다 실력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도호쿠고 2학년 시절부터 에이스로 활약하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다르빗슈는 3학년 때는 고시엔 봄대회 1회전에서 노히트노런을 작성했고 여름대회에서는 10탈삼진 무사사구 완봉승을 올리기도 했다. 2005년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니혼햄 파이터스에 지명된 다르빗슈는 데뷔와 함께 선발 2연승을 달렸지만 돌풍은 곧 사그라들었다. 데뷔 첫 해 최종 성적은 14경기 5승5패 방어율 3.53. 고졸 신인이었지만 기대보다는 떨어지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2년차가 된 지난해부터 무섭게 발전했다. 지난해 25경기에서 12승5패 방어율 2.89를 기록하며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특히 재팬시리즈 5차전에서 7⅓이닝 1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두며 44년 만에 니혼햄을 일본 정상으로 이끌었고,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도 결승전 7이닝 무실점 선발승으로 당당히 MVP를 차지했다. 그리고 3년차가 된 올해 리그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6경기에 등판, 207⅔이닝을 소화하며 12완투 포함 15승5패 방어율 1.82, 탈삼진 210개, 승률 7할5푼을 기록했다. 25경기-15승-10완투-200이닝-150탈삼진-승률 6할 이상-방어율 2.50 이하 등 7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며 1993년 이마나카 신지(주니치) 이후 14년 만에 전항목서 기준을 넘어서며 사와무라상을 수상했다.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 투수다. ▲ 왜 괴물인가 다르빗슈는 타고난 괴물이다. 장신에서 뿜어지는 150km대 강속구는 마치 3층에서 내리 꽂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타자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특히 볼 무브먼트가 워낙 좋아 포수 미트로 볼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고시엔 대회 스타로 군림한 고교시절부터 타고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묵직한 구위로 승부했다. 비단 구위뿐만 아니라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에도 남다른 능력을 과시했으며 변화구도 다양했다는 평이다.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포크볼 등 최대 7종류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르빗슈가 프로 데뷔 첫 해 다소 고전한 이유는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데서 기인했다. 다르빗슈는 니혼햄 입단 당시 변화구 투수로 승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첫 해 실패 이후 바로 피칭 스타일을 바꿨다. 강점인 막강한 구위를 살린 파워피처로 회귀한 것이다. 여러 구질을 던진 데뷔 시즌과 달리 직구와 제구력으로 승부한 것이 먹혀들었다. 이때부터 다르빗슈에게 가장 확실한 결정구는 직구가 됐다. 그 전까지 단지 타자를 속이기 위해 던진 변화구가 직구의 위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그리고 포크볼의 위력이 더해진 이유다. 결정적으로 올해부터 완투형 투수로 거듭났다는 점이 다르빗슈를 진정으로 괴물로 비치게 만드는 이유다. 데뷔 첫 2년간 다르빗슈는 완투가 5차례밖에 없었다. 선발 등판 평균 투구이닝도 6.26이닝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3차례 완봉승 포함해 양대 리그 통틀어 가장 많은 12차례 완투를 기록했다. 선발등판 평균 투구이닝도 7.99이닝으로로 거의 8이닝에 육박했다. 120구 이상 던진 경기도 10차례나 됐다. 다르빗슈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7회를 던지면 어깨나 팔꿈치가 아팠다. 하지만 올해는 몸이 안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니혼햄 구단 사상 처음으로 사와무라상를 받은 이후 다르빗슈는 “체력이 뒷받침된 철인적 투수만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보다도 기쁘다”고 말했다. 다르빗슈 본인도 완투형 투수로 거듭난 것에 대해 고무적인 마음을 내비친 것이다. ▲ 어떻게 공략해야 하나 이승엽·이종범·최희섭 등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한 타자들이 빠졌지만 대표팀 타력은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병규-김동주-이대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확고부동하게 짜여진 가운데 이종욱·이대형·정근우 등 테이블세터 후보들도 평가전에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그러나 상대는 사상 최강의 불펜을 자랑하는 일본이다. 선발로 나올 것이 유력한 다르빗슈를 어떻게든 공략해야 할 이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르빗슈를 공략하기란 쉽지 않다. 올 시즌 다르빗슈의 피안타율은 1할7푼4리에 불과했다. 우타자(0.164)와 좌타자(0.184) 가릴 것 없었다. 피출루율(0.241)·피장타율(0.246) 모두 2할5푼도 되지 않는다. 집중타를 맞는 경우가 적으며 갑자기 무너지는 경우도 적다. 올 시즌 다르빗슈가 5회를 채우지 못한 적은 딱 한 차례밖에 없었다. 하지만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경기 초반, 즉 1회다. 일본과 호주의 평가전을 직접 지켜본 유남호 대표팀 전력분석팀장도 “다르빗슈가 1회 선취점을 내준 뒤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타자들이 경기 초반부터 빠른 발을 앞세워 (다르빗슈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시즌 다르빗슈는 1회 성적이 가장 좋지 않았다. 1회 실점(19점)이 가장 많았으며 1회 피안타율(0.229)이 가장 높았다. 특히 26차례 선발등판에서 1회 선두타자에게 5피안타 5사사구로 10차례나 출루를 허용했다. 1회 출루허용률이 3할4푼2리였다. 일본 언론에서도 다르빗슈에게 1회 집중력을 강조하고 있다. 빠른 기동력을 모토로 삼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경기 초반이 다르빗슈를 공략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톱타자 이종욱 등 테이블세터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다르빗슈도 최대 5~6이닝 정도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 초반부터 전력투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르빗슈의 피안타율은 2회(0.131)·3회(0.189)·4회(0.180)·5회(0.105) 모두 1할대였고 시즌 실점도 2회(3점)·3회(3점)·4회(6점)·5회(2점) 모두 한 자릿수였다. 2회부터는 이닝이 거듭될수록 다르빗슈에 끌려다닐 공산이 큰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1회 경기 시작과 함께 번개같이 공략하는 것이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