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바꿔라!".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만년 꼴찌팀 탬파베이 레이스가 이번 겨울 대변혁을 실시하고 있다. "마누라만 빼고 모두 바꿔야 산다"는 듯 대대적인 팀 개편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탬파베이는 오프시즌이 시작되자마자 구단 명칭과 로고, 그리고 유니폼을 교체했다. 기존의 녹색 바탕의 로고와 유니폼을 흰색과 청색 계열로 바꿨다. 새 유니폼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홈경기 유니폼을 연상케 한다. 데블레이스로 불렸던 구단 명칭은 간단히 '레이스'로 통일했다. 탬파베이 홍보팀은 이미 올 시즌 내내 '레이스'로 통일된 문구를 사용해왔다. 그리고 탬파베이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개편에 돌입했다. 매든 감독과 음주 운전으로 체포된 짐 히키 투수코치를 유임시키고 일부 코치들을 교체하는 선에서 코칭스태프 개편을 마무리한 반면 선수단에는 대대적인 '칼'을 들었다. 29일(한국시간) 중간 계투 브라이언 스톡스를 현금 트레이드로 뉴욕 메츠로 보낸 데 이어 미네소타 트윈스와 3-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트레이드 카드에 구단이 애지중지 키운 우익수 델몬 영이 포함돼 있다는 것. 풀타임 빅리그 첫 해인 올해 영은 타율 2할8푼8리 13홈런 93타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홈으로 뿌리는 뺄랫줄 송구는 '명물'이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영은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구단의 치밀한 홍보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이런 영을 포기했다. 영과 유격수 브렌든 해리스, 외야수 제이슨 프라이를 묶어 미네소타 트윈스에 보내고 대신 투수 맷 가자, 유격수 제이슨 바틀렛, 중간 요원 에두아르도 몰란을 받아들이는 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 팀의 '구멍'인 유격수와 중간계투 자리를 메우기 위해 공들여 기른 영을 보낸 것이다. 토리 헌터의 이탈로 외야 한 자리가 뻥 뚫린 미네소타의 현실도 협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요인으로 보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탬파베이는 야심차게 준비해온 새 구장 건립안을 발표했다. 지난 1990년 건립돼 이제 '17살' 밖에 되지 않은 트로피카나필드를 대신할 새로운 전용구장을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짓기로 하고 시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새 구장 부지는 트로피카나필드 인근 해안가에 들어설 예정이다. 초현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 박물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현재 탬파베이의 스프링캠프 홈구장인 프로그레시브 에너지 파크가 위치한 지역이다. 1998년 창단한 탬파베이가 사용한 지 10주년도 되지 않은 트로피카나필드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관중 문제 때문. 매년 겨울 거액을 들여 구장 내부를 리모델링했음에도 지역민의 외면을 받자 아예 새로운 전용 구장을 짓기로 했다. 탬파베이가 그간 트로피카나필드에 들인 리모델링 공사비의 총합만 8500만 달러에 달한다. 총 공사비용 4억 5000만 달러가 소요될 새 구장은 탬파베이 구단이 1억 5000만 달러를 부담하고 판매세(Sales Tax)로 6000만 달러를 조성할 계획이다. 나머지 절반 가량의 재원 은 재개발에 들어갈 트로피카나필드 부지 매각 대금으로 충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현재 돌고 있다. 새 구장은 3만 4000명 수용 규모로 2012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온다습한 플로리다 특유의 날씨를 감안해 새 구장은 개폐식 구장으로 지어진다. 하지만 체이스필드나 미닛메이드파크처럼 콘트리트 구조물로 된 개폐식 천장 대신 직물로 천장을 만들 계획이다. 지붕을 덮더라도 외야 스탠드 일부 지역을 커버하지 않은 상태로 놔둬 공기순환을 원활하게 할 방침이다. 레이스는 탬파베이 지역의 바커니어스(NFL) 라이트닝(NHL) 및 인근 올랜도의 매직(NBA) 등 중부 플로리다 지역 4개 메이저 프로스포츠 구단 가운데서도 마이너 구단으로 여겨진다. 팬들의 관심도가 워낙 떨어져 있는 탓에 있으나 마나한 야구팀 정도로 치부된다.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격렬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이사 출신으로 지난 2005년 구단 경영권을 인수한 스튜어트 스턴버그 구단주는 부임 당시 '기존 야구단의 단장 체제는 구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단장 한 명이 구단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시스템이라는 게 그의 현실 인식이다. 그래서 탬파베이는 운영담당 부사장이 단장 역할을 하되 야구단 행정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인사를 고문으로 두고 있다. 개리 헌시커 전 휴스턴 단장이 현재 앤드류 프리드먼 부사장 옆에서 조언하는 인물이다. "바꿔야 산다"며 큰 변화의 물꼬를 튼 탬파베이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workhorse@osen.co.k 새 구장 조감도와 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칼 크로포드=탬파베이 레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