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10돌을 맞이하는 e스포츠에서는 지난 17일 기념비적 경사가 일어났다. 16세 어린 소년 박성균(위메이드)이 MSL 결승에서 절대 열세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고 '혁명가' 김택용을 3-1로 제압, 최연소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위메이드에는 최연소 우승의 신기원을 이룩한 박성균이 있지만, 또 한명의 잠룡이 숨어있었다. 그 소년은 미래의 임요환, 이윤열을 꿈꾸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바로 13세 소년 전태양(서울 방배중 1).
전태양은 초등학교 6학년때 열린 '엘리트 스쿨리그'에서 중ㆍ고교 형들을 이기고 4 강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던 게임신동. 2006년 8월 당시 위메이드의 전신인 팬택 EX에 입단에 지난 3월 프로게임단 추천을 통해 최연소 프로게이머 자격을 획득했다.
아직은 동갑내기 친구들과 어울리고 꿈을 키워가는 나이에 전태양은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법칙이 완벽하게 적용되는 프로게이머 세계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학교, 밤에는 연습이 반복되는 정신없는 일과의 연속이지만, 자신보다 적게는 두 살 많게는 열 살 차이가 나는 형들과 경쟁이지만 전태양은 아직까지는 모든 일이 즐겁다.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하게 된것은 6년전 쯤에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분이 스타크래프트 하는 걸 보는 거였어요. 자꾸 지켜보면서 흥미를 가지게 됐고, 어느날 텔레비전에서 정말 멋진 경기를 보게 됐죠. 그 경기가 임요환님이 하는 경기였어요. 너무 떨렸죠. 나도 저 무대에서 경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들었고요. 그 결심이 아마추어 대회 출전에 이은 지금의 프로게이머가 되게 한 거죠. 무대에 올라간다면 너무 떨리겠지만, 만약 임요환님을 만나게 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선수를 만나는 것이라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태양이 바라보는 단기적인 목표는 하루라도 빨리 프로리그 무대에 올라가는 것. 하지만 전태양의 포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16세기 에스파냐 모험가들이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 가에 있다고 상상한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밝혔다. 10년뒤에는 임요환, 이윤열 같은 대선배와 어깨를 나란히 해서 e스포츠 역사의 한 획을 끗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연습 시간이 부족해 아쉬울 뿐이에요. 학교생활도 친구들이 너무 잘해줘서 즐겁고, 연습실에서도 형들에게 도움을 아직까지 많이 받고 있지만, 어서 빨리 제 몫을 해내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10년쯤 뒤에는 임요환님이나 (이)윤열이 형처럼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위메이드 폭스 김양중(29) 감독은 "최근 들어 부쩍 성장했다. 무엇보다 본인이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지금보다 더욱 열심히 해서 e스포츠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팀 선배인 안기효도 "(전)태양이의 재능은 뛰어나다. (박)성균이나, KTF로 팀을 옮긴 (이)영호도 태양이의 처음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전태양은 박성균이 차지한 최연소 우승을 제외하면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부문에서 모든 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지난 3월 프로게임단 추천으로 만 12세 5개월만에 최연소 프로게이머가 6월에는 프로리그 로스터에 등록되며 새로운 e스포츠의 역사를 쓰고 있다.
당장 전태양의 프로리그 출전과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전태양과 같은 어린 선수가 성장한다는 것은 e스포츠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즐겁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