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프로축구 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기가 닥쳐왔다. 정기적인 소집 훈련 외에 별다른 스케줄이 없는 겨울은 늘 선수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계절이다. 한 시즌이 마무리되는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는 계약직(?)이라는 프로 선수들의 특성상 당장 거취가 걸린 재계약 문제와 더불어 연봉 협상까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해결해야 하는 시간이다. 모든 결과가 성적대로 나오게 된다. 아무리 스타라고 하더라도 실적이 좋지 못하면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없지만 반대로 무명 신분이었다 해도 성적이 좋았다면 소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다. 당연히 선수들의 살림살이와 뒷바라지를 담당하고 있는 각 구단 사무국은 정규 시즌보다 훨씬 바쁜 시간이 될 수 밖에 없다. 수도권 구단의 한 직원은 "정규 시즌보다 프리 시즌이 훨씬 바쁘다"고 토로했다. 프런트들은 조금이라도 더 몸값을 높이려는 선수들과 구단 입장을 절충해야 하고, 최대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그러나 올 겨울은 예년과 비교해 조금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빅 클럽으로 꼽히는 수원 삼성이 일찌감치 연봉 수준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정했고 FC 서울과 성남 일화 등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K리그에서 내노라하는 고액 연봉자들로 구성된 이들 구단은 선수단 몸값에 들인 자본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실적이 없으니 연봉을 높여달라는 투정을 부릴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오직 성적대로 연봉을 책정하겠다.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선수 일부는 방출될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연봉 삭감과 함께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수도권에 비해 좋은 성적을 냈던 지방 구단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 지방 구단의 경우 해외 전지훈련을 포기한 대신 그 돈을 아껴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데 쓰기로 결정했지만 전체적인 틀은 비슷하다. 해당 구단 감독은 "전훈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 팀들은 좋은 선수들을 붙잡기 위해서 꼭 하지 않아도 될 부분들은 과감히 포기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나마 연봉을 놓고 구단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군 팀인 광주 상무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새로운 변화를 위해 선수들을 물갈이한다. 재계약-이적이 아니면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얼마 전 프로축구연맹이 공시한 FA(프리에이전트)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 소속팀과 오는 12월 31일까지 재계약 협상을 한 뒤 불발됐을 경우 다른 방편을 찾아야 한다. 어느 선수나 똑같은 처지다. 구조조정과 연봉 삭감의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프리시즌. 모든 게 성적대로 결정되는 이 시기는 선수들에게 또다른 기회가 되는 한편 좌절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yoshike3@osen.co.kr 포항-성남의 2007 챔피언결정전 2차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