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조인성-민병헌, 대표팀 '스페셜리스트'
OSEN 기자
발행 2007.11.30 10: 14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 야구대표팀은 해외파와 프로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역대 8번째 '드림팀'이다. 그러나 이제 드림팀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많이 퇴색했다. 소위 국제용 선수들이 이제는 엄연한 노장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선수 선발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도 그 어느 때보다 전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류택현(36·LG), 조인성(32·LG), 민병헌(20·두산) 등이 각 포지션에서 스페셜리스트로 자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류택현, 좌타자 전문 투수 프로 14년차이지만 내년에야 억대 연봉을 받게 됐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좌완 투수가 류택현이다. 현재 류택현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있다. 좌타자 전문투수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81경기에서 23홀드 방어율 2.70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 2004년 한 시즌 투수 최다출장(85경기) 기록을 세운 류택현은 올 시즌에는 당당히 홀드왕까지 차지하며 최고의 좌타자 전문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활약으로 대표팀에 선정된 데다 3년간 최대 6억 40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LG와 재계약하며 FA 중박까지 터뜨렸다. 베테랑 류택현은 꾸준한 체력관리로 시속 140km 내외의 직구를 뿌리고 있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지고 간 이후에는 결정구로 트레이드마크인 커브를 효과 적절하게 활용했다. 올 시즌 40이닝 동안 36탈삼진을 기록한 힘이다. 과거 새가슴 투수였던 류택현은 이제 가장 자신있게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배포도 좋아졌다는 평. 무엇보다 좌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완전하게 터득했다. 대표팀에 승선한 가장 큰 이유다. 마지막 4차례 평가전에서도 1⅔이닝-1이닝-1⅓이닝-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대만·일본전 승부처에서 상대 좌타자 한 명을 가장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가장 카드로 중용될 것이 유력하다. ▲ 조인성, 도루저지 전문 포수 대표팀 포수 자리는 최종 엔트리 진입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앉아쏴’ 조인성은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 유력하다. 특히 일본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못지않게 일본도 기동력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팀이다. 타선의 연결을 중시하는 ‘호시노 재팬’은 센트럴리그 도루왕을 차지한 아라키 마사히로(31개)를 비롯해 니시오카 쓰요시(27개), 가와사키 무네노리(23개), 이바타 히로카즈(23개), 아오키 노리치카(17개) 등 준족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들이 출루하게 되면 투수들이 골치를 앓을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조인성이 홈플레이트를 지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자체만으로도 주자들에게는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조인성은 지난해까지 849경기에서 도루저지율 4할4푼5리를 기록했다. 이는 500경기 이상 출장한 포수 중 가장 높은 도루저지율이다. 조인성은 올 시즌에는 도루저지율 3할6푼4리로 전체 4위에 그쳤다. 그러나 조인성의 도루저지 능력이 녹슬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조인성을 상대로 도루를 시도한 것은 77회밖에 되지 않았다. 8개 구단 주전 포수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였다. 그만큼 상대 주자들이 조인성의 어깨를 의식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조인성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3차례 일본전에 모두 주전으로 출장했다. 기동력을 자랑하는 일본전에서 믿을 만한 카드는 역시 ‘도루저지 전문’ 조인성이다. ▲ 민병헌, 대주자-대수비 전문 외야수 대표선발 과정에서 민병헌은 뜨거운 감자였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국제용 선수’ 박재홍(SK)을 중도탈락시키는 대신 상비군이었던 민병헌을 대표팀으로 전격 발탁했다. 그러나 민병헌의 소속팀이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두산이라는 점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민병헌은 프로 2년차가 된 올해 부쩍 성장했지만, 타격에서는 여전히 의문 부호를 떼지 못한 형편이었다. 하지만 민병헌의 주루플레이와 외야 수비는 정상급으로 평가된다. 비록 타격은 약하지만 전문화 바람이 불고 있는 대표팀에도 민병헌 같은 선수가 적격이었다. 더군다나 이번 대표팀은 사상 최고의 발야구를 주창하고 있으며 오른손 외야수도 부족했다. 민병헌은 올 시즌 30도루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도루성공률도 7할6푼9리로 좋았다. 100m를 11초6에 주파할 정도로 타고난 스피드를 지닌 민병헌은 올 시즌을 기점으로 주루 센스도 좋아졌다는 평이다. 한 베이스라도 더 진루하기 위한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으로 상대 수비를 움츠러들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외야 수비도 훌륭하다. 발이 빠르고 어깨가 좋아 우익수로는 제격이다. 상황에 따라 중견수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승부처에서 득점이 필요할 때 대주자로 출장하거나 경기 종반 리드 점수를 지킬 때 대수비로 중용될 전망이다. 평가전 10경기에서 29타수 17안타, 타율 5할8푼6리로 대표팀 타격 1위를 차지한 것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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