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첫 관문' 대만, 어떻게 넘을까?
OSEN 기자
발행 2007.11.30 10: 48

[OSEN=이상학 객원기자] 드디어 일전이 시작된다. 베이징 가는 길의 첫 관문은 대만이다. 한국은 다음달 1일 첫 경기부터 대만과 충돌한다. 대만전을 패하면 바로 다음날 열리는 일본전도 의미가 없어진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일전이다. 일본전을 고려하면 대만전에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대만은 한 수 아래’라는 고정관념은 여전하다. 한국이 일본을 한두 번 이겼다고 일본보다 낫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대만에서 열린다. 홈 텃세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으로서는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대만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 과연 호각세인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과 대만은 국제대회에서 17차례 맞붙었다. 결과는 9승8패로 한국의 근소한 우위. 가장 최근에는 지난 17일 월드컵 5~8위 결정전에서 한국이 대만을 3-0으로 꺾었다. 대만은 이번 아시아예선 리허설 격으로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한국은 프로 1.5군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팀이었다. 이날 경기 승리로 한국은 대만에 근소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정예 멤버로 구성된 한국은 대만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프로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가 허용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999년 서울 아시아선수권대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1년 대만 월드컵,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하 아시안게임 등 모두 7개의 드림팀을 발족시켰다. 물론 드림팀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지만 최정예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상징성은 크다. 한국은 드림팀으로 맞선 7개 대회에서 대만에 6승3패를 거뒀다. 일본을 상대로는 9승4패로 더 좋았다. 전적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사실 경기 내용은 박빙이었다. 첫 드림팀이 출범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예선 첫 경기에서 16-5로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지만,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는 5-4로 신승했다. 1999년 서울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결승리그에서 대만을 만나 박재홍의 끝내기 안타로 연장 11회 접전 끝에 5-4로 승리했다. 결국 2001년 대만 야구월드컵에서는 1-5로 덜미를 잡혔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예선에서는 7-0으로 손쉽게 승리했지만 결승전에서는 4-3으로 어렵게 승리를 챙겼다. 기어이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치욕의 4-5, 연장 10회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사상 최강의 멤버로 구성된 2006년 WBC에서도 한국은 예선에서 대만에 2-0으로 신승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처리한 유격수 박진만의 호수비가 아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드림팀이 대만을 상대로 거둔 6승 중 3승이 1점차 승리, 1승이 2점차 승리였다는 것에서 나타나듯 결코 쉽게 여길 만한 상대가 아니다. 상대 전적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호각세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 주요 핵심 선수는 대만 프로야구는 한국보다 8년이나 늦게 출범했다. 도박과 승부조작 파문으로 한때 심각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여전히 한국은 대만 프로야구를 ‘세미프로’ 정도로 여기고 있다. 비록 인구 2300만 명의 조그만 섬나라지만 대만은 야구가 국기인 나라다. ‘대만야구의 영웅’ 궈타이위안 감독이 이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야구월드컵에서 대회 8위에 그치자 대국민 사과를 했을 정도. 이처럼 대만에서 야구는 하나의 자존심이다. 야구를 통해 위상을 확인함과 동시에 중국 대륙과 맞설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서 좋은 선수들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만은 이번 대회에서 왕젠밍(뉴욕 양키스)을 비롯해 궈훙즈(LA 다저스)·장젠밍(요미우리)·판웨이룬(퉁이) 등 핵심 투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빠졌다. 하지만 대체 자원은 나름대로 풍부하다. WBC 한국전에 선발로 나와 3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린언위(라쿠텐)가 이번에도 한국전 선발이 유력한 가운데 쉬밍지에(세이부)·린잉지에(라쿠텐)·차오진후이(LA 다저스)·겅포쉬안(토론토) 등 해외파들이 집결했다. 특히 린언위는 야구월드컵에서 3경기 16이닝을 던지며 1승 방어율 0.56, 탈삼진 21개로 맹활약해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해외파는 아니지만 양잰푸(싱농)도 야구월드컵에서 3경기 등판, 18이닝 2승1패 방어율 1.00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대만은 린잉지에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좌완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마운드가 다소 헐거워진 가운데 타선은 대만이 가장 믿을 수 있는 구석이다. 비록 린웨이추(한신)가 빠졌지만 천진펑(라뉴)·장타이산(신농)·펑정민(슝디)·린즈성(라뉴)·셰자센(성타이)·가오궈칭(퉁이) 등이 타선을 지키고 있다. 모두 일발장타 능력이 돋보이는 타자들이다. 천진펑(26개)·펑정민(21개)·가오궈칭(20개)이 20홈런을 넘었고, 장타이산과 셰쟈센은 나란히 19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나미컵과 아시안게임에서 남다른 힘을 자랑한 린즈성도 80경기에서 16홈런을 쳤다. 야구월드컵에서 대만이 터뜨린 홈런 8개 중 7개가 이들에게서 터졌다. 특히 좌타자 셰자센은 야구월드컵에서 타율 3할4푼3리·3홈런·10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부동의 4번 타자' 천진펑도 타율 3할2리·2홈런·8타점을 기록했으며 장타이산 역시 타율 3할6푼6리·1홈런·7타점으로 활약했다. 세 선수가 야구월드컵에서 기록한 40안타 중 18안타가 장타였고 이들의 장타율은 0.588이었다. 대만이 빅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들이다. 이들이 모두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어떻게 이길 것인가 그렇다면 대만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대만전에서는 기동력을 내세워 임하겠다. 젊고 빠른 선수가 출루하면 상대 배터리가 흔들리고 볼 배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욱·이대형·고영민·정근우·민병헌 등 발 빠른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한국은 일찌감치 발야구를 선언했다. 선수들에게 그린라이트도 부여했다. 주자 견제가 확실하고 수비가 탄탄한 일본전보다는 섬세한 면이 부족한 대만전에서 기동력은 가장 확실한 승부수가 될 수 있을 전망. 야구월드컵에서도 대만은 10경기에서 실책 7개를 기록했고, 포수들은 도루저지율이 3할3푼3리밖에 되지 않았다. 발 빠른 선수들이 출루해 상대 배터리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이병규-김동주-이대호-장성호로 이루어질 중심타선이 찬스를 놓치지 않고 적시타를 쳐주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수비서는 빅볼을 추구하는 대만 타선을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전 선발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류제국(탬파베이)은 “파워를 떠나 타자들의 기량이 처진다. 기본기가 흐트러진 선수가 많다. 한두 타자면 제외하곤 모두 정교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한두 타자가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투수에게 실투는 세금과 같은 것이지만, 사활을 걸어야 할 이날 경기에서는 세금도 사치다. 대만이 이번 대회에서 반발력이 큰 압축배트를 사용할 것이 유력해 투수들의 집중력과 포수들의 볼 배합에 있어 신중함이 더욱 강조될 전망. 다행히 발에는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야구월드컵에서도 대만은 10경기에서 도루를 3번밖에 시도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한 번은 실패했다. 철저하게 타자에만 집중하면 되는 환경이다. 경기 초반 기선 제압도 중요하다. 야구월드컵에서 대만은 선취점을 따낸 6경기에서 5승1패를 기록했지만, 선취점을 빼앗긴 4경기에서는 전패했다. 역전패는 있었지만, 역전승은 없었다. 경기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 주도권을 잡는다면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대만처럼 큰 스윙으로 장타에 의존하는 팀이라면 기선 제압이 더욱 중요하다. “기다리는 타자가 적다”는 류제국의 말처럼 대만은 박빙의 승부에서 뒤지는 상황이라면 끈질기게 따라붙는 힘이 아무래도 떨어진다. 그래서 선발투수의 역할이 막중하다. 장막이 처진 가운데 선발후보는 박찬호·류제국·류현진·전병호 등 4명이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대목은 역시 홈 텃세다. 특히 편파판정은 경기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절대적 외부변수로 꼽힌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편파판정 피해를 톡톡히 본 전례가 있다. 따라서 투수들은 삼진 보다는 범타를 유도하는 피칭,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잡는 것이 필수과제가 될 전망이다. 물론 귀청을 찢는 듯한 나팔소리와 응원도 선수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 국제대회 경험이 일천한 젊은 선수들이 많다는 점은 걱정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모두 오랜 시간 숙성을 거친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믿음이 간다. 린언위-천진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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