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이 전도된 손님맞이. 베이징 올림픽 예선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개최국 대만은 4개국 감독이 참가하는 기자회견을 겸한 리셉션을 열었다. 결전에 임하는 한국, 일본, 대만 3강의 감독 출사표를 듣기 위해 타이중 시내 에버그린 호텔은 각국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김경문, 호시노, 궈타이위안 감독은 '병풍'이나 다름없었다. 어이없게도 4개국 감독은 좌우 구석에 배치됐고, 정중앙 자리는 타이중 시장과 국제야구연맹 회장 그리고 대만야구협회장의 차지였다. 행사가 시작된 뒤에도 이들 3인의 인사말로 전체 시간의 70%는 족히 지나갔다. 4개국 감독은 딱 1분씩만 '프리 토킹'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 전부였다. 이후 추가 질문 시간이 있었지만 미디어를 위한 통역이 준비돼 있지 않아 대만 기자만 궈타이위안에게 질문 1개를 한 것이 전부였다. 이 와중에 최약체 필리핀 감독은 "동남아시아 챔피언인 우리의 다음 차례는 아시아 최강이다"라며 대만 측을 향해 "미안하지만 이기겠다"라고 뜬금없는 발언을 해 헛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또 필리핀 관계자는 호텔 직원에게 미니 카메라를 건네주고 타 3개국 감독과의 기념 촬영을 부탁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 타이중 시장 등 개최측 3인방이 감독들을 배경삼아 사진 촬영을 끝낸 뒤에야 소위 '리셉션'은 종료됐다. 호시노 감독은 불쾌한 듯 곧바로 자리를 떴다. 김경문 감독은 한국 기자들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오승환의 엔트리 탈락 경위와 감독자 회의의 결정 사항을 설명해줬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미국 달러인지 대만 달러인지 잘 모르겠는데 이닝을 마치고 공을 관중석에 던져주면 100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란 '엽기 규정'을 들려줬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타이중을 찾은 수백 명의 외신 기자들과 감독들은 들러리만 선 꼴이 됐다. 왜 대만에서 국제대회만 열렸다 하면 텃세부터 걱정해야 되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했다. sgoi@osen.co.kr 타이중=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