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부터 불펜을 준비시키겠다". 김경문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이 대만과의 결전(12월 1일) 하루 전인 11월 30일 '전원 마운드 대기'를 선언했다. 이날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 가진 오전 훈련 시점까지만 해도 김 감독은 "선발 5이닝"을 언급했으나 마무리 오승환이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전격 제외되자 "1회부터 투수 교체도 가능"이란 초강수를 기자단에 흘리며 선수단의 정신 무장을 재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만전 마운드 운용의 핵심은 선발이 아니라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쏠릴 전망이다. 즉 선발은 먼저 나와서 던지는 투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만큼 대표팀의 투수 부문을 총괄하는 선동렬 수석코치의 비중이 극대화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금의 대표팀은 서재응-박찬호가 선발축을 이루고, 김병현-구대성이 최강 허리로 기능했던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에 비해 확실한 투수가 적다. 오히려 선발진은 헐겁고, 불펜에 힘이 집중된 2007시즌 삼성과 비슷한 마운드 컬러라 할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선 벤치의 정밀한 투수 교체가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특히 선동렬식 불펜야구의 '정점'을 보여줬던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패턴이 떠오르는 시국이다. 당시 삼성의 선 감독은 철칙처럼 지켜왔던 '선발 5이닝 책임' 지론을 버리고, 1회부터 불펜진 가동을 불사했다. 윤성환-권혁-안지만-오승환 등 삼성이 자랑하는 철벽 불펜의 투입 시점을 평소보다 빠르게 가져가며 점수 안 주는 야구를 지향했다. 이런 야구가 성립되려면 무엇보다 타선의 초반 선취점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주도권을 갖고 투수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고 초반부터 끌려가면 교체 타이밍 잡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조기 투입이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김경문 감독이 "초반 점수가 절실하다. 4점만 뽑아주면 이긴다"라고 예견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오승환이 빠졌고, 선발층이 얇은 한국의 전략은 '질보다 양'으로 수렴된다. 최종 결단은 김경문 감독의 몫이지만 선동렬 코치의 판단에 대표팀의 명운이 좌우될 환경임엔 틀림없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