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이색적인 이벤트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방송인 김구라와 이윤석이 무대에 올라 독특한 수상자를 선정하는 ‘구라 어워즈’가 바로 그것. ‘구라 어워즈’는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과 무관하게 ‘텔미 상’ ‘싼티 상’ ‘주연따윈 필요없어 상’ ‘최고의 작업녀 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룹 원더걸스의 노래와 춤을 응용한 ‘텔미 상’에는 영화 ‘밀양’의 이창동 감독이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촬영장에서 말이 없기로 유명하다. 배우들 스스로 연기를 깨닫게 하려는 배려이지만 덕분에 함께 작업한 배우들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도 이창동 감독과의 작업이 ‘극한의 고통과 아픔’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영화 속 가장 후줄근한 의상을 입었던 배우를 꼽는 ‘싼티 상’은 영화 ‘좋지 아니한가’의 김혜수가 주인공이었다. 패션리더이지만 김혜수는 ‘좋지 아니한가’에서 백수 이모 역을 맡아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정지훈과 ‘극락도 살인사건’의 성지루도 유력한 후보였으나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수상자가 되지 못했다. ‘주연따위 필요없어 상’의 주인공은 8편의 영화에 출연해 조연으로서 맹활약한 이한위였다. 이한위는 “나는 주연보다 조연이 좋다. 짧고 굵은 게 매력이 있지 않나?”라고 밝힌 바 있다. ‘최고의 작업녀 상’의 경합이 치열했다. ‘행복’에서 황정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임수정,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 연하남을 상대한 김혜수, ‘황진이’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선보인 송혜교가 물망에 올랐으나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구라 어워즈’는 신뢰도와 상관없이 재미를 위해 선보인 이벤트다. 영화 시상식의 진지한 분위기를 저해하긴 했지만 영화와 배우, 감독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시도였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재미를 선사했다. pah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