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 '3가지 불안 요소' 타개하라
OSEN 기자
발행 2007.12.02 10: 44

[OSEN=이상학 객원기자] 5-2 완승이었다. 선취점을 내주고도 경기를 뒤집어 이겼다. 그러나 결코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종욱과 박진만의 홈런 두 방 그리고 대만의 내야 실책 2개가 아니었더라면 경기는 또 어떻게 흘렀을지 모른다. 그만큼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몇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난적 대만을 적지에서 이겼다고 만족할 필요없다. 철저히 일본에 포커스를 맞추고 불안요소들을 파기해야 할 시점이다. ▲ 타자들의 집단 부진 대만전에서 한국은 안타 5개를 뽑는 데 그쳤다. 안타 5개로 5점을 얻어 승리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종욱과 박진만의 예상치 못한 홈런 두 방이 일본전에서도 재현되리라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문제는 한국 타자들이 대만 선발투수 린언위에게 완벽하게 눌렸다는 점이다. 린언위는 비록 이종욱에게 5회 결정적인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지만, 5회까지 삼진을 10개나 잡아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린언위의 종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연신 헛방망이질 하기에 바빴다. 린언위의 한국전 선발 등판이 일찌감치 예상돼 미리 준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타자들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특히 중심타자들이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3번 정근우와 4번 김동주는 나란히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5번 이대호와 6번 이병규도 나란히 4타수 무안타로 철저하게 침묵을 지켰다. 그래도 김동주는 득점권에서 볼넷 2개를 얻어내 출루에 치중하겠다는 당초 포부대로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이대호와 이병규는 삼진 3개와 병살타 1개를 합작했다. 철석같이 믿었던 이대호와 이병규였기에 실망감은 더욱 컸다. 한국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들이라는 점에서 일본전에서도 이들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진다. 이종욱과 박진만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이 집단 부진을 보였지만, 중심타선은 그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졌다. 이들이 집중력을 발휘해야 발야구도 빛을 보게 된다. ▲ 수비 조직력의 미흡 대만은 실책 2개로 자멸했다. 8회초 한국의 5번째 쐐기 득점은 대만 3루수 장타이산의 실책에서 비롯됐다. 9회초에는 유격수 후진룽까지 평범한 땅볼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조인성을 1루에 진루시켰다. 반면 한국은 실책이 하나도 없었고 내야수들은 9개의 아웃카운트를 실책없이 잡아내며 그물망 수비를 자랑했다. 3루수 김동주는 4개, 유격수 박진만은 3개, 2루수 고영민은 2개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했다. 그러나 고영민의 아웃카운트는 4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1루수 이대호와의 호흡 미스로 인해 2차례 모두 내야안타로 둔갑됐다. 수비 조직력의 미흡이었다. ‘2익수’ 수비로 명성을 떨친 고영민은 생애 첫 국제대회였던 이날 대만전에서도 2익수 수비를 펼쳤다. 대만 타자들이 대체로 발이 느리고, 유격수 박진만의 수비범위가 넓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5회말 셰자센, 7회말 린즈성 모두 2루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1-2루를 가르는 타구를 잡기 위해 이대호가 몸을 날리는 사이 1루 베이스가 비어버린 탓이었다. 명백한 호흡 미스였다. 게다가 6회말 장타이산의 1타점 2루타 때 수비도 아쉬웠다. 2사 후였지만 1루 주자 장젠밍이 홈으로 들어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익수 이병규 ‘특유의’ 느릿느릿한 타구처리와 미흡한 중계플레이가 득점 허용의 이유였다. 일본전에서는 더욱 더 바짝 조이는 수비 조직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 작전야구 가능한가 김경문 감독은 소속팀 두산에서처럼 발야구를 펼칠 것을 공언했다. 발 빠른 선수들에게는 그린라이트도 부여했다. 대만전에서 발야구를 효과적이었다. 이종욱·정근우·민병헌에다 김동주까지 도루를 하나씩 성공시켰다. 특히 8회초에는 이종욱이 2루 도루에 실패했지만 정근우-김동주-민병헌이 3연속으로 도루를 성공시켜 대만 포수 천펑민을 당황케 만들었다. 5차례 시도해 4차례 성공. 도루성공률은 8할이었다. 그러나 발야구와는 별개로 작전야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스몰볼과 빅볼의 중간선상에 해당하는 ‘믹스볼’을 펼치는 한국에 대만전은 그리 좋은 결과가 아니었다. 한국은 1회초 이종욱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들어진 무사 1루에서 2번 이대형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그러나 이대형은 1구·2구에서 번트를 대다 파울을 기록했다. 결국 3구째 한가운데 직구에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이대형은 8회초에도 희생번트를 지시받았으나 잇달은 번트 파울 후 삼진 처리됐다. 한국은 5회초 무사 1루에서도 8번 박경완에게 초구에 히트앤드런을 지시했지만 파울이 되고 말았다. 결국 박경완도 3구 삼진을 당했다. 도루를 4개나 성공시켰지만, 실질적인 작전이 성공한 것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일본전은 대만전보다 출루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주자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작전야구의 세밀함이 일본전에서는 매우 절실하다. 지난 1일 대만전 1회초 1사 1루서 몸에 맞는 볼로 진루해 있던 이종욱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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