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대만-일본-한국을 '모두' 속였다
OSEN 기자
발행 2007.12.02 11: 18

모두가 속았다. 연막작전의 대성공이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대만 타이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상대방은 물론 한국 언론마저도 완벽하게 헛다리를 짚게 만드는 기지를 발휘, 명장의 능력을 과시했다. 김 감독은 지난 1일 첫 경기로 사활이 걸린 홈팀 대만전 선발을 끝까지 비밀에 붙이며 연막전술을 구사해 5-2로 역전승을 따내는 대성공을 거뒀다. 김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부터 대만전 선발로 '류제국, 박찬호, 전병호' 등만을 언론에 흘렸을 뿐 류현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류현진은 당연히 2번째 경기(2일)인 일본전 선발로 예상하도록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경기 당일 아침까지 대만전 선발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대표팀 고위 관계자들 몇 명만이 류현진이 대만전에 '깜짝 선발'로 기용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정도로 철저하게 함구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대부분 한국 언론들이 대만전 선발로 '박찬호 혹은 전병호'로 보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만은 한국인 첫 빅리거로 베테랑 우완 강속구 투수인 박찬호를 선발로 예상하고 선발 라인업을 짜서 나왔다. 하지만 선발이 좌완 류현진으로 밝혀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에 발행된 대만 현지 언론들은 한결같이 박찬호를 선발로 예상하고 아닐 경우 전병호를 예상했다. 대만 대표팀의 예상을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선발 류현진의 호투(5이닝 2실점)를 발판삼은 한국에 5-2로 역전패한 뒤 궈타이위안 대만 감독은 "선발 투수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며 애써 위안을 삼았지만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대만보다 더 당황한 것은 일본 대표팀이었다. 모든 것을 류현진에 맞춰 준비해 온 일본은 류현진이 대만전에 선발로 등판하자 2일 일본전 선발이 누가 될 것인지 고민에 빠진 것이다. 호시노 센이치 감독을 비롯한 일본 코칭스태프는 한국-대만전을 3회까지만 지켜보다 우르르 몰려나갔다. 한국전에 대비한 전력 분석을 다시 하기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뜬 것으로 보여졌다. 한국팀의 전력분석요원이기도 한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일본팀 전력분석팀장은 대만과의 경기전까지 류현진이 일본전 선발로 예상했다. 꽤나 당혹스러운 모습이더라"며 김경문 감독의 연막작전이 대성공이었음을 전했다. 이처럼 김경문 감독은 대만과 일본팀이 전력분석의 참고자료로 삼는 한국 언론을 비롯해 대만, 일본 코칭스태프의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가게 만드는 선발 로테이션을 짜놓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sun@osen.co.kr 지난 11월 30일 열린 출전국 환연 리셉션서 호시노(일본) 엘라디오(필리핀) 김경문(한국) 궈타이위안(대만) 감독이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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