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상식, 가수 축하공연 설자리가 줄었다
OSEN 기자
발행 2007.12.02 11: 29

영화 시상식에서 가수들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영화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한 해 동안 피와 땀을 흘린 영화인들이다. 이를 위해 가수들이 공연을 펼쳐 영화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후보자들과 수상자를 축하한다. 그러나 차츰 영화시상식에서 가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수들이 맡았던 축하공연을 영화배우들, 혹은 다른 분야의 연예인들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제2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1부에서는 최근 ‘텔미 댄스’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룹 원더걸스가 출연하기는 했다. 하지만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스크린 데뷔를 앞둔 한예슬이 영화 삽입곡을 불렀고, ‘마이 파더’의 다니엘 헤니도 팝송 ‘다이애나’를 열창했다. 2부 시작은 KBS ‘개그콘서트’의 ‘뮤지컬’ 팀과 가수 인순이가 꾸몄다. 원더걸스의 경우는 전형적인 축하 공연이었지만 ‘뮤지컬’ 팀과 인순이의 무대는 의미가 남달랐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계의 현실을 그린 짤막한 공연과 인순이의 노래 ‘거위의 꿈’, 안성기의 격려의 멘트가 어우러져 적잖은 감동을 선사했다. 축하 공연이라기보다는 영화계 선배들이 후배들이 꼭 해주고 싶었던 격려의 메시지를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빌려 전했던 무대다. 또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는 최근 7집 앨범으로 컴백한 박진영의 특별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박진영은 가수로는 유일하게 축하무대를 펼쳤다. 대신 축하공연의 대부분은 영화인들의 몫이었다. 영화 ‘M’의 O.S.T에 참여한 이연희가 영화 속 삽입곡으로, ‘즐거운 인생’ 속 활화산밴드의 리더 장근석은 ‘터질거야’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 축하공연을 펼쳤다. 또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출연했던 개그맨 겸 연기자 김현숙이 김아중이 불렀던 영화 삽입곡 ‘마리아’를 열창했다. 특히 MC 송윤아는 박진영과 호흡을 맞춰 댄스 실력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가수들의 영화 시상식 축하공연이 줄어든 데는 배우들의 음악에 참여하는 빈도와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O.S.T를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가수들의 인기곡을 넘어 오히려 더 각광을 받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장르로 구별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음악분류에 O.S.T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또 최근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 것도 이에 한 몫 했다. 왕년의 가수왕을 주인공으로 한 ‘라디오스타’, 얼굴없는 가수를 그린 ‘미녀는 괴로워’, 록가수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복면달호’, 직장인 밴드 ‘브라보 마이 라이프’, 중년 남성 밴드의 이야기 ‘즐거운 인생’ 등 노래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았다. 비록 가수들에 비해 실력은 뛰어나지 않더라도 영화인으로서 영화인의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며 축하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다. 행여 무대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지켜보던 영화인들의 얼굴에서는 짜증이 섞인 모습보다는 오히려 미소가 만면에 가득한 것을 보게 된다. 노래를 들으면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와 함께 촬영장에서의 여러 가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가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03년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가수 비와 이효리가 꾸몄던 축하무대와 지난해 엄정화의 파격적인 무대는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배우들의 끼가 음악으로까지 넓혀지면서 앞으로 가수들의 영화시상식 축하무대는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예상을 해 본다. pharos@osen.co.kr 제6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펼친 장근석 송윤아 박진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대한민국 영화대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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