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 축구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주인공은 전남 드래곤즈였다. 2일 오후 3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2007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서 전남은 2골을 성공시킨 송정현과 마지막 쐐기골을 뽑은 산드로의 활약에 힘입어 3-1로 이겼다. 끈질긴 '진돗개' 허정무 축구가 빛을 발한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좀처럼 골을 넣지 못해 국내 프로팀 중 ‘가장 재미없다’는 오명을 썼던 전남이었지만 적어도 FA컵에선 그렇지 않았다. 단계를 거쳐 성큼성큼 우승컵을 향해 다가서던 전남은 급기야 포스트 시즌에서 파죽지세 맹위를 떨치며 K리그를 평정한 포항마저 꺾고, 감격의 2연패를 이뤘다. 전망은 어두웠다. 전남이 단기전에서 아무리 강했다고 해도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던 포항을 물리칠 것이라 예측했던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결과는 정 반대였다. 지난 주말 광양에서 열린 결승 1차전서 3-2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던 전남은 적지서도 3-1 승리를 거뒀다. 정신력에서 앞섰다는 평가다. 이렇다 할 스타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전남이지만 목표 의식은 뚜렷했다. 정규리그 10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떨쳐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허정무 감독은 1차전에서 승리한 뒤에도 선수단에 단 하루의 휴식만을 부여했다. 컨디션 조절과 체력 회복을 겸하는 훈련과 함께 정신력 무장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1차전에서 이겼다는 생각을 버릴 것”을 선수들에 주문한 허 감독은 “축구에서 1골차 의미는 크지 않다”면서 2차전에서도 정상적인 공격을 펼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허 감독은 선수단 숙소 문제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전남은 2차전 경기 전날이었던 지난 1일 경주의 한 호텔로 숙소를 잡았고, 인근 보문 단지 내 알천 구장에서 최종 훈련을 소화했다. 경주는 지난 2005년부터 전남과 인연이 깊었던 곳. 당시 전남은 울산 현대와 FA컵 8강전을 앞두고 이곳에서 훈련했고 연장전 끝에 2-1로 승리한 바 있다. 세밀한 것 하나하나까지 노력을 기울인 허정무 축구. 결코 순탄치 않았던 과정이지만 FA컵 2연패의 신화는 이처럼 많은 노력에서 비롯됐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