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야구는 가장 결과를 논하기 좋은 스포츠다. 지난 2일 일본전 3-4 석패로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직행이 사실상 좌절된 한국에도 결과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대만전에서 류현진-박찬호라는 확실한 선발 카드들을 모두 써버린 것을 놓고 말이 많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일본 타선을 단 4점으로 묶었다. 물론 선취점 이후 바로 역전을 허용하며 경기 주도권을 내준 것에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타선에 있었다. 언제나처럼 국제대회는 투수전이었지만 한국과 일본의 타격에는 보이지 않는 오묘한 차이가 있었다. ▲ 일본의 놀라운 집중력 일본전에서 한국은 잔루 9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한 팀의 경기당 평균 잔루가 7.6개였으니 이날 한국의 잔루는 다소 많은 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일본도 마찬가지로 잔루 9개를 기록했다. 일본도 은근히 찬스를 많이 놓쳤다. 16차례의 득점권 찬스에서 일본은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13차례의 득점권 찬스에서 안타는 하나뿐이었고 볼넷이 2개, 희생플라이와 희생번트가 하나씩이었다. 시즌 막판 팀 타선의 침묵으로 속앓이를 한 한화 김인식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한일전은 ‘한심한 경기’였다. 하지만 국제대회는 야구의 특성상 투수전이 당연시되는 법이다. 안타는 한국이 6개, 일본이 10개를 쳤다. 볼넷은 한국이 4개, 일본이 2개를 골랐다. 하지만 한국은 이대호가 몸에 맞는 볼을 2개나 기록했다. 사사구로 따지면 6개와 2개였다. 결과적으로 안타와 사사구를 합한 출루 횟수는 한국과 일본이 12-12로 같았다. 한국으로서는 2회초 2루수 고영민의 실책이 일본의 결승 득점으로 직결된 것이 결과적으로 비등비등한 타격 기록에서 승부를 가른 1점이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도 6회말 일본 유격수 가와사키 무네노리의 실책을 발판 삼아 선두자타 이택근이 출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디까지나 결과론에 그칠 뿐이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과정에 있었고 그 과정에서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다. 일본 타자들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집중력이 돋보였다. 안타 10개 중 6개가 투스트라이크를 잡힌 상황에서 때려낸 안타들이었다. 2-3 풀카운트가 아닌 이상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타자가 불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본 타자들은 불리한 볼카운트를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집중력과 타격기술이 있었다. 무라타 아베 가와사키는 투스트라이크 노볼에서도 안타를 뽑아냈다. 적극적인 타격의 성공으로 한정할 수 있다. 하지만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까다로운 공을 커트하고 다음 공을 기다리는 타격이 가능했다. 비록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7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가와사키는 투스트라이크 노볼로 몰린 이후 3개의 볼을 커트해내며 기어이 풀카운트 10구 승부를 벌였다. 투수는 이날 한국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과시한 한기주였다. 백미는 8회초였다. 8회초 선두타자 아베도 류택현에게 볼카운트 2-1로 몰린 이후 3차례 연속 공을 커트해냈다. 몸쪽 직구와 낮은 직구 그리고 변화구를 모두 걷어냈다. 이어 7구째 바깥쪽 변화구를 놓치지 않고 우중월 2루타로 연결시켰다. 이어진 공격에서 1사 3루 찬스를 잡은 일본은 이나바의 우전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점을 뽑아냈다. 바뀐 투수 권혁으로부터 뽑아낸 적시타. 풀카운트 이후 4연속 파울 이후 만들어낸 안타였다. 4연속 파울 모두 바깥쪽 승부였고 이후 모처럼 들어온 10구째 몸쪽 공을 놓치지 않고 안타로 연결했다. 끈질긴 집중력과 노림수의 승리였다. 9회초에도 가와사키가 정대현으로부터 투스트라이크 이후 3연속 바깥쪽 공을 파울로 커트해낸 다음 들어온 몸쪽 승부를 놓치지 않고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집요함과 끈질김 그리고 세기의 승리였다. ▲ 한국의 미흡한 대응력 한국은 대만전에서 무려 13개의 삼진을 당했다. 특히 선발 린언위에게 5회까지 무려 삼진 10개를 빼앗겼다. 린언위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한국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린언위에게 당한 삼진 10개 중 무려 7개가 헛스윙 삼진이었다는 점은 스트라이크존 못지않게 타자들의 대응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날 한국의 삼진 13개 중 10개가 헛스윙 삼진이었다. 볼을 커트해내거나 초구 또는 2구에서 노리는 끈질김과 적극성이 크게 결여된 모습이었다. 이종욱의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이 아니었더라면 대만전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경기였다. 대만전에서 나타난 불안 요소는 결국 일본전에서 터지고 말았다. 한국은 일본전에서도 11개의 삼진을 당했다. 그 중에는 루킹 삼진도 4개나 포함돼 있었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 타자들이 당황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일본 타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타자들의 대응력이 일본 타자들보다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무려 7개의 헛스윙 삼진까지 있었다. 역시 일본야구 특유의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속절없이 당한 결과였다. 물론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50.0%(20/40)에 그친 한국과 달리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66.7%(26/39)에 달한 일본 투수들의 과감한 승부가 한국 타자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투스트라이크 이후 대응력에게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은 이날 경기에서 16차례 투스트라이크로 몰렸다. 결과는 6안타 1볼넷 3삼진 6범타였다. 범타 중에는 진루타도 하나 있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출루율로 따지면 무려 4할3푼8리. 반면 한국 타자들은 20차례 투스트라이크로 몰렸지만, 결과는 3안타 무볼넷 11삼진 6범타였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출루율은 1할5푼에 그쳤다. 일본 타자들이 철저하게 짧은 스윙으로 공을 골라내고 상대의 달라질 투구패턴을 노린 후 효과적으로 공략한 반면 한국 타자들은 대체로 스윙이 컸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맛이 떨어졌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나온 커트는 3개밖에 없을 정도였다. 반면 일본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파울로 커트한 타구가 무려 19개였다. 한국의 투구수(163개)가 일본 투구수(139개)보다 월등히 많았던 이유였다. 물론 투수들의 상대적인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선발투수 나루세에 이어 가와카미-이와세-우에하라로 이어지는 일본 최고의 투수들을 총출동시켰다. 반면 대만전에서 류현진-박찬호 카드를 모두 소비해버린 한국은 전병호-장원삼-한기주-류택현-권혁-정대현이 이어던졌다. 전체적인 투수들의 이름값과 기량을 고려할 때는 한국이 고전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일본이 조금 더 나은 활약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결국 일본도 한국 못지않게 찬스를 많이 놓쳤지만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차이가 결국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아직은 타격의 섬세함과 세기에 있어 한국 타자들이 일본 타자들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했다. 작은 차이였지만 딱 1점차만큼 승부가 갈리고 말았다. 타격의 오묘함 그리고 야구의 오묘함이다. 지난 2일 경기 8회초 1사 3루서 권혁과 끈질긴 승부 끝에 승패를 결정지은 우전 적시타를 날려 4-2를 만든 이나바가 1루에서 좋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