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작지만 강한’ 대만, 야구에 열광하는 나라
OSEN 기자
발행 2007.12.04 09: 43

대만은 우리나라의 경상도와 제주도를 합친 면적 크기의 작은 섬나라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열의만큼은 미국, 일본 등에 못지 않은 큰 나라다. 지난 3일 대만 타이중에서 폐막된 제24회 아시아선수권 겸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은 대만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야구에 광적인가를 알 수 있게 해 준 대회였다. 대만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타이중에서 열린 대회였지만 야구장은 연일 팬들로 가득찼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기는 2일 낮에 열린 대만-필리핀전이었다. 홈팀 대만은 전날 한국과의 첫 경기에서 패배(2-5)한 뒤끝인 데다 출전 4개국 중 최약체인 필리핀전이라 맥이 빠진 경기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1만5000명 수용)은 대만팬들로 거의 찼다. 만원은 아니었지만 빈 자리가 많지 않을 정도였고 응원도 전날 한국전 못지 않게 열광적이었다. 팬들의 응원에 힘을 낸 대만은 9-0으로 완승을 거두고 전날 패배의 아픔을 쓸어냈다. 이 경기를 지켜보면서 ‘만약 한국이었다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한국이었다면 관중석은 썰렁했을 것이고 선수들도 의기소침한 플레이를 펼쳤을 것이다.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라이벌로 여기는 국가에 패한 뒤 치르는 맥풀린 경기를 평소처럼 응원하고 플레이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팬들과 선수들은 전날 패배에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대만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한국-대만전이 열리던 날의 응원 풍경도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남녀노소가 두루 찾았지만 특히 젊은 팬들이 주류를 이룬 이날 대만팬들은 자발적인 응원으로 하나가 됐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젊은 팬들이 일어나서 응원을 주도하면 팬들이 따라하는 모습이었다. 야구장 전체가 떠나갈 정도로 시끄러운 앰프와 응원단장이 주도하는 우리네처럼 일사불란한 응원은 아니었지만 팬들이 스스로 응원을 이끌어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한국팬들에 대한 욕설이나 충돌이 없었던 것도 성숙된 관전 문화의 한 단면이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한국 응원단 1000여 명이 자리했으나 1만 4000여 명의 대만팬들과의 충돌은 없었다. 물론 경기 중 한국의 응원에 대만 관중들이 간간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에 가까웠다. 이번 대회를 참관한 한국야구 관계자들은 대만의 야구장 인프라를 부러워했다. 대만이 야구를 국기로 여길 정도이고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있지만 한국 야구인들은 이곳저곳에 계속 늘어나는 야구장 시설을 보면서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한 야구관계자는 “대만은 정부의 등을 업고 잇달아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경기장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우리도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경기장을 많이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입맛을 다셨다. 이번 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비록 야구경기에서는 한국이 대만을 제압하며 한 수 위의 기량을 증명했지만 야구 열기에서는 우리가 앞서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대회 장소였던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 구장은 우리네 인천 문학구장이나 잠실구장처럼 최신 설비에 3만 이상의 관중을 수용하는 대형구장은 아니었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알찬 야구장이었다. 국제대회를 치르기에 손색이 없는 시설들이었다. 많은 돈을 들여 지은 구장은 아니었지만 아담하고 불편함이 없었다. 대만팬들과 야구장 시설을 보면서 대만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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