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의 성공 이후 한동안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외국인 감독만을 위한 것으로 보였다. 쿠엘류 감독이나 본프레레 감독이 실패했을 때 국내파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얘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계 내 파벌이나 선수 선임 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국내파 감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당시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핌 베어벡 감독의 사임 이후 빈 대표팀 감독 자리를 놓고 외국인, 국내파 논란이 나온 것이다. 결국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가닥이 잡히기는 했지만 이런 논란이 일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내파 감독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시선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국내파 감독들도 외국인 감독과 견주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데에는 '공부하는 감독' 들의 공이 크다. 요즘 감독들은 선진 축구를 배우기 위해 월드컵, 유럽 선수권 대회 등 큰 대회마다 직접 외국으로 날아간다. 또한 유럽으로 나가 지도자 연수를 받는 것을 전혀 마다하지 않는다. 인천의 장외룡 감독은 지휘봉을 박이천 감독에게 맡기고 1년간 영국 축구 연수를 다녀온 후 최근 복귀를 앞두고 있다. 김호 대전 감독은 지즌이 끝난 후 영국으로 출국해 선진 축구를 몸소 배우고 다음달 중 돌아올 예정이다. 정해성 전 제주 감독은 감독직에서 사임한 후 유럽으로 날아갔다. 황선홍 신임 부산 감독도 영국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경남 FC 사령탑으로 복귀하는 조광래 감독 역시 항상 유럽을 다니면서 선진 축구를 몸소 체험한 경험이 있다. 흥미진진한 사실은 이들이 2008년 시즌에 대거 K리그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즉 외국에서 보고 배운 경험을 K리그 현장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기대된다. 특히 올 시즌에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과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에게 향했던 관심과 성적을 이번에 복귀하는 국내파 감독들이 되찾아올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다. 특히 장외룡 인천 감독과 조광래 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기대된다. 장감독은 영국으로 가기 전 강력한 수비와 조직력, 정신력을 강조하면서 인천을 끈끈한 팀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인천은 2005년 시즌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반면 장감독이 영국에 가있던 올 시즌 팀을 맡은 박이천 감독은 공격 축구를 강조하며 기존의 팀을 바꾸어놓았다. 데얀과 김상록 등을 앞세운 인천은 좋은 공격력을 선보이며 팬들에게 사랑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장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 어떤 축구를 보여줄지가 기대된다. 4년만에 지휘봉을 잡은 조광래 감독의 경우 그전까지는 수비 조직력을 중시한 축구를 선호했다. 화끈한 공격력보다는 탄탄한 수비로 승리하고자 하는 축구를 요구해왔던 것. 이런 그가 휴식을 취한 4년 동안 전유럽을 돌며 공격축구를 많이 보고 접했다. 어느 정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감독도 경남FC 취임이 확정된 후 인터뷰에서 "팬들이 언제봐도 흥미로울 수 있는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겠다" 고 말하며 공격 축구를 펼칠 뜻을 내비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