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웃겨야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한번 웃겨보시지?’라고 팔짱을 끼고 심드렁하게 앉아 있는 시청자들을 웃기는 일이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 웃음을 책임지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예능프로그램의 피디들이다. 많은 예능프로그램들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해외 예능프로그램까지 섭렵하고 있는 요즘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며 매회 신선한 웃음 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잘못하면 ‘표절이다. 아니다’부터 시작해서 ‘진짜 재미없다’라는 말 한마디면 끝나는 게 이곳의 생리다. ‘웃겨야 산다’ 아니면 바로 가을 봄 개편을 맞이해 처절하게 폐지되는 치열한 생존의 한 복판. 일주일에 단 한번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기 위한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 그 누가 알까. 그래서 나섰다. 예능 피디들의 고단함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들이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는 웃음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님을. 예능 피디들의 ‘땀의 응집’이 바로 시청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큰 웃음’이다. ‘놀러와’ 권석 PD, “늘 재미를 줘야 한다는 사명”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시청자들에게 늘 재미를 줘야 한다’는 것은 절대적인 사명이다. 시청률에 대한 고민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시청자가 보지 않는 프로그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놀러와’가 4년째 되어가고 있는데 늘 새로운 인물, 화제가 되는 인물을 섭외하는 것도 고민이다. 또한 노홍철 우승민이 나오듯 새로운 패널을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주기 위해서는 늘 반발 앞서가야 한다. 현재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할지라도 늘 미리 준비해둬야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전할 수 있다. 너무 앞서서도 안되고 반 박자 앞서서 새로운 것을 준비해둬야 한다. ‘라인업’ 김재혁 PD, “‘베꼈네’ 소리에 허탈” 매회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힘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 주 열심히 해서 만들어 놓았는데 ‘어디 것 베꼈네’ 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면 허탈해진다. 단 한편을 준비하기 위한 일주일의 노력이 허사가 된 것 같고 힘이 빠진다. 앞으로도 생존을 위한 멤버들의 리얼한 모습을 그려낼 것이고 멤버들의 태도를 진지하게 담을 예정이다. 또한 실제로 ‘라인업’ 멤버들이 성장해서 생계 걱정부터 정리할 수 있게 하고 싶고 그 친구들이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자리 매김을 하도록 하는 것도 목표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서 좋은 MC와 패널로 잘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미녀들의 수다’ 이기원 PD, “시청자들은 표피적인 것에만 관심” ‘미녀들의 수다’는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기획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표피적인 것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청자를 개도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미녀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한국인의 사회적인 병폐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이래서는 된다. 안 된다’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에 있어 공감했으면 한다. 다문화 사회로 접어드는데 ‘미녀들의 수다’가 좀더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불후의 명곡’ 이동희 PD, “‘명분이냐 재미냐’ 늘 갈등” 중견 가수를 섭외할 때 접촉이 어려운 점과 무한한 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는 가수를 섭외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 명분을 생각하면, ‘불후의 명곡’의 출연자가 가요사에 족적을 남긴 분이어야 한다는 것도 고민이다. ‘오락프로그램의 재미를 주는 방향으로 폭을 넓혀 가야 하는지’ ‘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을 섭외해서 명분을 지켜야 하는지’ 늘 갈등이다.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 많은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가족들이 둘러 앉아서 젊은 세대든 나이든 세대이든 모두 각자의 관점으로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시청자들이 추억의 노래를 들으면서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만족한다. ‘상상플러스’ 최재형 PD, “지뢰밭을 걷는 기분”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시청률로 평가를 받는다. ‘책 읽어주는 남자’의 취지가 좋다고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다. ‘책 읽어주는 남자’의 시청자 반응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기획 구성 면에서 디테일하게 뭐가 잘못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1분 단위의 시청률을 조사하면 어느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고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다. 분당 시청률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있다. 예능 피디라면 누구나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에 있어 자기 검열을 한다. ‘야심만만’ 곽승영 PD, “포맷 식상하면 전면 수정 고민 중” ‘야심만만’을 보는 시청자들은 평소 접하지 못했던 게스트를 보고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게스트를 섭외하는 것이 일차적인 고민이고 ‘야심만만’ 설문조사를 위한 문제를 뽑을 때가 두 번째로 힘든 점이다. 시청자들이 봤을 때, ‘나도 저런 문제로 한번쯤은 고민해 봤었는데’ ‘나도 저런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 라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문제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야심만만’ 포맷이나 토크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만 5년 동안 해오면서 시청자들이 익숙하고 식상하게 느끼는 것 같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서 포맷을 전면 수정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1박 2일’ 이명환 PD, “고생이지만 고생이라고 생각 안 해” ‘1박 2일’ 프로그램의 특성상 가장 힘든 점은 이동거리가 멀 때다. 독도에 갈 때 풍랑이 너무 심했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하는 순간이 있었다. 물론 그런 것을 카메라에 담아 화면으로 그대로 전할 때 시청자들도 공감하는 것 같다. ‘고생하고 있구나’ 그런 부분에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고생이지만 역으로 그런 고생을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잘 봐주신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1박 2일’의 기본은 내츄럴함이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여행을 갔다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고 싶다. 야생 버라이어티 ‘1박 2일’을 통해서 시각적으로 탁 트인 편안함을 주고 싶다. 요즘 오락프로그램을 보면 답답한 감이 없지 않은데 그런 것에 차별화두고 싶다. crysta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