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예선서 '뜬' 선수와 '가라앉은' 선수는?
OSEN 기자
발행 2007.12.05 08: 19

[OSEN=이상학 객원기자] 국제대회는 단기전이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같은 경우에는 대만전이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단판 승부나 다름없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이목이 쏠리고 성적이 갈리는 국제대회에서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더군다나 국제대회는 대개 비시즌에 열린다.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젊은 피들을 제외한 대다수 선수들에게 국제대회는 여러 모로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또 국제대회가 주는 매력이다. 팬들이 국제용 선수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만한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대만 타이중에서 막을 내린 제24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겸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도 선수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 UP 박찬호 모두가 의아해 했다. 박찬호가 이번 대표팀에 남다른 의지를 보인 것을 두고 말이다. 새 팀을 구하지 못한 마이너리거 신분의 박찬호가 먼저 나서서 태극마크를 단 것은 분명 특별한 일이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잘 알고 있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흘린 땀은 반드시 보상을 해준다는 진리 아닌 진지를 말이다. 대표팀 주장으로 훈련 내내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단을 훌륭하게 통솔한 박찬호는 첫 경기인 대만전에서 선발 류현진에 이어 구원등판해 3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5-2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6회초 무사 1루 위기에서 등판하자마자 펑정민과 천진펑을 연속해 3구 삼진으로 잡아낸 것이 백미였다. 최고 시속 147km를 찍는 등 140km 중반대 빠른 직구로 뿌리며 건재를 알렸다. 존 콕스 샌프란시스코 스카우트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번 국제대회도 박찬호에게 주가를 높이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된 셈이다. ▲ UP 고영민 향후 국가대표 주전 2루수는 고영민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고영민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처녀출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 이번 대회 3경기 모두 선발출장해 13타수 6안타, 타율 4할6푼2리·2홈런·5타점·6득점으로 맹활약한 것이다. 타율은 대회 MVP를 차지한 아베 신노스케(일본·0.769) 다음으로 높았다. 특히 일본전에서 상대 선발 나루세 요시히사로부터 뽑아낸 1회말 선제 솔로 홈런은 국가대표 루키로서는 기대 이상의 실적이었다. 비록 홈런을 친 바로 다음 이닝이었던 2회초 실점으로 이어진 실책은 매우 뼈아팠지만 딱딱한 그라운드 상태를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책도 어느 정도 눈감아줄 수 있을 정도로 맹활약했다.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대형 2루수로 향후 국제대회에서 롱런할 수 있음을 입증한 고영민이다. ▲ UP 이종욱 고영민과 함께 야수 중에서 단연 돋보인 선수가 바로 이종욱이었다. 대회 3경기에서 8타수 2안타로 타율은 2할5푼이었지만 3득점에 고영민과 함께 가장 많은 5타점을 기록했다. 대만전 3타점, 일본전 1타점으로 그야말로 영양가 만점의 타점들이었다. 특히 대만전에서 5회초 상대 선발 린언위를 상대로 터뜨린 역전 결승 3점 홈런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포스트시즌 때부터 심심찮게 장타를 터뜨린 이종욱이었지만, 생애 첫 국제대회 경기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릴 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일본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였지만, 볼넷을 하나 얻었고 희생플라이로 타점까지 올리며 7번 타순에서 제 몫을 다해냈다. 대만전·일본전에서 주어진 3차례 득점권 찬스에서도 이종욱은 1안타·1볼넷·1희생플라이를 기록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과시했다. ▼ DOWN 김동주 김동주는 국가대표 부동의 4번 타자였다. 199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우에하라 고지로부터 연타석 홈런을 뽑아내며 한국의 우승과 함께 당당히 대회 MVP까지 차지한 바 있다. 당시 대회 7경기에서 무려 9홈런을 날리는 괴력을 발휘하며 국가대표 부동의 4번 타자이자 국제용 선수로 각인된 김동주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였다. 우에하라가 한국전·대만전에서 연이틀 세이브를 따낸 반면 김동주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대만전·일본전에서 6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친 것이다. 타점은 하나도 없었다. 득점권 찬스가 4차례나 있었지만, 볼넷 2개를 얻은 것이 전부였다. 특히 일본전에서 1회말에는 주자를 1루에 두고도 과감하게 초구를 건드리다 ‘폭풍 병살타’를 기록했고, 5회말에는 무사 2루에서 헛스윙 삼진됐다. 불운도 있었다. 6회말 무사 1루에서 히트앤드런 사인이 떨어지자 바깥쪽 직구를 잘 밀어쳤다. 그러나 수비 위치를 조정한 중견수 아오키 노리치카 정면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야구다. 김동주의 부진은 믿기지 않았지만 야구이기에 믿을 수 밖에 없었다. ▼ DOWN 이대호 김동주 못지않게 이대호의 부진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대호에게는 병역문제라는 당근을 향한 1차 과정이었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그야말로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친 이대호였다. 그러나 지나친 부담감에 짓눌린 것일까. 대만전·일본전에서 도합 6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철저하게 침묵했다. 일본전에서 몸에 맞는 볼 2개를 기록하며 방망이 대신 몸으로 때웠다. 이대호에게는 3차례나 득점권 찬스가 걸렸다. 김동주가 볼넷으로 걸어나간 다음 찾아 온 찬스가 2차례였다. 하지만 결과는 3타수 무안타였다. 대만전 8회초 출루도 3루수 장타이산의 실책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이대호답지 않게 바깥쪽 코스 공에 전혀 대처가 되지 않았고 볼 카운트가 몰릴수록 급격하게 흔들렸다는 사실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투혼마저 현실 도피처럼 비친 이유다. 하지만 아픔은 곧 성장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대호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 DOWN 이병규 대표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호된 질책을 받고 있는 선수가 바로 이병규다. 무성의해 보이는 플레이는 둘째 치더라도 성적이 그것을 잘 대변한다. 그래도 김동주가 1안타·2볼넷, 이대호는 2사구를 기록했지만 이병규의 활약은 그야말로 전무했다. 대만전에서 당초 기대와 달리 6번 타자로 출장한 이병규는 삼진 2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1·2구 바깥쪽 직구를 모두 그냥 흘러보낸 뒤 4구째 바깥쪽 직구에 맥없이 헛스윙하다 삼진됐고, 5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5구째 바깥쪽 높은 직구에 방망이가 헛돌았다. 대만 선발 린언위는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아니라 직구로 이병규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타석에서 집중력이 결여된 기색이 역력했다. 결정적으로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6회초 2사 1루에서 장타이산의 우익선상 타구를 특유의 느릿느릿한 처리로 1루 주자 장젠밍이 득점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결국 기대했던 일본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서도 제외됐다. 9회초 대수비로 나와 아라이 다카히로의 뜬공을 처리한 것이 전부였다. 이병규에게 기대한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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