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르 울리에와 믹 매카시. 4개월째 공석인 한국 대표팀 사령탑 후보들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가삼현 사무총장을 유럽 현지로 파견해 이들과 접촉을 하며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다. 두 명 모두가 한국 감독직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는 사실이 지난 4일 간접적으로나마 밝혀지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번주 내로 이들 중 차기 사령탑이 확정될 전망이다. 감독으로선 최고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잉글랜드 무대를 포기하고 머나먼 미지의 땅 한국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현재 프랑스축구협회 기술이사로 활동 중인 울리에는 스티브 매클라렌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삼사자 군단' 지휘봉을 잡을 유력한 인물이었으나 얼마 전 거절의 뜻을 FA(잉글랜드축구협회)에 전달했다. 또한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앞둔 챔피언십(2부) 강호 울버햄튼을 맡고 있는 매카시 감독도 7년 만의 아일랜드 대표팀 복귀를 포기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무대 어디를 가더라도 대접받을 수 있는 이들이 어째서 한국 대표팀 지휘봉에 관심을 느낀 것일까. 내막은 쉬이 파악하기 어려우나 새로운 환경이라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한 듯하다. 유럽과는 전혀 다른 환경과 상대적으로 잉글랜드에 비해 주변 간섭이 덜하다는 점은 울리에나 매카시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전 프리미어리그 명문팀 리버풀을 이끌었던 매카시 감독은 당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이기더라도 호쾌한 승리보다는 1-0 경기가 잦아 '가장 재미없는 축구'를 구사한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매카시 감독도 챔피언십 구단치곤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울버햄튼을 맡는 동안 심적 부담을 많이 느껴왔고, 언론의 끝없는 질타에 많이 지쳐있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거스 히딩크 현 러시아 대표팀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에서 이뤄낸 업적을 통해 세계 축구계에서 지금껏 '마이다스의 손'으로 통한다는 것도 이들의 구미를 자극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아일랜드를 이끌었던 매카시의 경우, 히딩크 감독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직접 지켜봤고 한국이 자신들이 승부차기 끝에 패한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는 모습도 확인했다. 강렬한 임팩트를 줬음은 물론이다. 이밖에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수준의 조건을 보장하는 축구협회의 지원과 선수단 소집 훈련 및 전지훈련 등을 파격적으로 허락해줄 수 있는 대표팀 중심의 축구 풍토도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근래 들어 FIFA(국제축구연맹)의 룰에 맞도록 대표팀 소집 훈련 기간을 조정한다고 해도 잉글랜드나 기타 유럽에 비해서는 훨씬 여유로운 편이다. 그리고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는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상당한 시일이 남아있고, 예선 일정도 유럽만큼 촉박하지 않아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의 시선을 붙드는 데 단단히 한 몫 한다. 사실 이들이 꼭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앞서 제시된 이유들에 매력을 느낀 여러 외인 감독들이 한국을 맡았다가 대부분 실패하고 되돌아갔다는 점 또한 아직 망설이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단숨에 허락하자니 불투명한 도전이 걱정스럽고, 그렇다고 고사하자니 아쉬움이 남는 한국 대표팀 지휘봉. 결코 쉽게 결단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님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yoshike3@osen.co.kr 제라르 울리에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