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김태희 주연의 영화 ‘싸움’(한지승 감독, 시네마서비스 제작)이 4일 언론에 공개됐다. 설경구와 김태희의 호흡, 드라마 ‘연애시대’ 한지승 감독이 연출, 하드보일드 로맨틱 코미디라는 독특한 장르로 관심을 끌었던 ‘싸움’은 기대만큼 만족할 만한 영화였다. 먼저 예민하고 소심한 남자로 변신한 설경구와 까칠하고 과격한 여자가 된 김태희의 모습은 배우들의 특징을 잘 살린 캐릭터다. 설경구는 강한 이미지를 벗고 부드러워졌고, 김태희는 원래 성격이 그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공개 전 다소 의심스럽기도 했던 설경구와 김태희의 부부 인연도 크게 거슬림이 없었다. 특히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에서는 소심한 모습으로 난감해 하는 설경구와 과격하게 돌진하는 김태희의 모습이 잘 대비된다. 완벽한 부부는 아니라고 해도 이런 부부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지승 감독의 연출력은 드라마 ‘연애시대’에 이어 ‘싸움’에서도 발휘된다. ‘연애시대’가 이혼 후 시작된 연애를 그리고 있다면 ‘싸움’은 이혼 후 서로 헤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이혼을 했지만 서로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역시 상대임을 암시하는 장면들에서는 “싸움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를 잘 살렸다. 하지만 영화에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을 삽입한 것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드보일드 로맨틱 코미디’라는 말에서 좀처럼 영화의 결말을 예상하기 힘들다. 로맨틱 코미디라면 당연히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하드보일드(비정 혹은 냉혹)라는 수식어 때문에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영화의 결말을 말할 수는 없지만 ‘싸움’의 결말은 결국 두 장르를 혼합한 신조어 그대로다. 죽을만큼 사랑했던 남녀가 서로의 본성을 알게 된 후 서로 죽일 듯 싸우는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싸움’은 13일 개봉한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