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7-08 SK텔레콤 T 프로농구가 전체 일정의 ⅓을 소화했다. 지난 5일 대구 오리온스-원주 동부전을 끝으로 2라운드가 마감되고 같은 날 부산 KTF-인천 전자랜드전을 시작으로 3라운드가 시작됐다. 시즌 초반 탐색전을 마치고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돌입한 프로농구 10개 구단은 2라운드를 기점으로 서서히 양극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 시즌은 정도가 유독 심하다. 확고부동한 1강과 2약 때문이다. 하지만 중상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져 팬들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 동부의 강세, KCC의 약진 2라운드에서도 ‘최강’ 동부의 질주는 멈출 줄 몰랐다. 1라운드에서 8승1패를 거두며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에서 2위권팀들과 승차를 2.0게임 이상으로 벌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한 동부는 2라운드에서도 7승2패를 올리는 등 올 시즌 전체 성적 15승3패를 마크, 8할3푼3리라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내심 프로농구 역대 최고 승률을 노려봐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역대 프로농구 최고 승률은 1997년 원년 부산 기아(현 모비스)의 7할6푼2리(16승5패). 정규리그를 45경기 치렀을 때는 2000-01시즌 수원 삼성(현 서울 삼성)의 7할5푼6리(34승11패)가 가장 높았다. 지금처럼 정규리그가 54경기로 늘어난 이후에는 2003-04시즌 동부의 전신인 TG삼보가 기록한 7할4푼1리(40승14패)가 최고 승률이다. 동부의 전력은 그야말로 물 샐 틈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강하다. ‘트윈타워’ 김주성과 레지 오코사가 지키는 골밑은 공수 양면에서 10개 구단 최강을 자랑하고 있다. 김주성이 수비와 블록슛, 오코사가 공격과 리바운드에서 각각 강점을 발휘하며 팀 조직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표명일이 확실한 주전 포인트가드로 연착륙한 가운데 강대협-이광재-손규완 등으로 돌아가는 가드 및 포워드진의 깊이도 더해졌다. 1라운드에서 평균 득실점 마진이 +8.5점이었던 동부는 2라운드를 마치면서 +9.6점으로 더 늘어났다. 이는 역시 역대 1위에 해당한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농구 역대 평균 득실점 마진이 가장 높았던 팀은 전주 KCC다. 2003-04시즌 평균 득실점 마진 +7.5점으로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KCC도 2라운드를 기점으로 우승후보의 면모를 되찾았다. 1라운드에서 4승5패로 기대에 못 미쳤던 KCC는 2라운드에서만 7승2패를 거두며 동부와 함께 2라운드 최고 성적을 올렸다. 서장훈의 부활과 제이슨 로빈슨의 득점력도 컸지만 수비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라운드에서 평균 84.8실점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실점을 기록한 KCC는 2라운드에서 평균 77.9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수비 조직력이 살아나자 공격까지 전체적으로 개선된 결과였다. ▲ KT&G-전자랜드, 6승3패 호성적 동부-KCC 다음으로 2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낸 팀은 안양 KT&G와 인천 전자랜드다. 2라운드에서 나란히 6승3패를 올렸다. 1라운드 막판부터 수비와 스피드의 팀컬러가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KT&G는 2라운드에서 단연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SBS를 인수하고 2005년 팀을 창단한 이후 처음으로 단독 2위까지 올랐다. 반면 1라운드에서 3승6패에 그치며 또다시 하위권을 맴도는가 싶었던 전자랜드는 2라운드에서 6승3패의 호성적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3라운드 첫 경기도 승리한 전자랜드는 최근 10경기에서 무려 7승을 따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T&G와 전자랜드의 상승세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역시 승리로 가는 열쇠, 수비다. 1라운드에서 평균 77.7실점으로 이 부문 3위를 지켰던 KT&G는 2라운드를 마친 현재 시점에도 평균 80.1실점으로 이 부문 전체 3위에 랭크돼 있다. 공격에서는 외국인선수 마퀸 챈들러와 T.J. 커밍스에 의존하지만 수비에서는 국내파들이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전자랜드도 1라운드에서는 평균 83.4실점을 기록했으나 2라운드에서는 평균 80.8실점으로 줄이며 수비 강화에 성공했다. 또한 정영삼·이한권·한정원 등 신진세력들이 자신감을 가지며 전체적으로 활기가 생겼다. 서울 삼성과 부산 KTF도 2라운드에서 5승4패를 마크, 일단 5할 승률을 넘는 데는 성공했다. 1라운드에서도 나란히 4승5패를 거둔 삼성과 KTF는 그러나 각각 7위·8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순위싸움에서 확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피드의 팀으로 변모한 삼성은 공격이 좋아졌으나 그만큼 수비가 무너졌다. 연승과 연패가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행보의 이유. 지난 시즌까지 스피드의 팀이었던 KTF는 올 시즌 예년처럼 스피드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골밑이 강해진 것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이 KTF의 상황이다. 개막전 승리 이후 한 번도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반면 서울 SK와 창원 LG는 2라운드에서 4승5패로 고전했다. 1라운드에서 나란히 6승3패를 거두며 ‘최강’ 동부에 이어 공동 2위를 공유한 SK와 LG는 2라운드에서는 약속이라도 한듯 공동 4위로 순위가 소폭 하락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이병석과 김학섭을 영입한 뒤 4연승을 달리며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SK는 그러나 이후 3연패를 당했다. 외국인선수 높이 싸움에서 패한 것이 이유였다. 결국 트래비스 개리슨을 퇴출하고 자시 클라인하드를 영입하며 2차 분위기 쇄신을 노린다. LG는 포인트가드 박지현의 부상 결장으로 ‘절출형 토털농구’에 차질을 빚고 말았다. 박지현이 부상을 당한 지난달 21일 KCC전부터 2승4패로 하향세를 걷고 있다. ▲ 모비스-오리온스, 확고부동한 2약 지난 시즌 KT&G는 5할도 되지 않는 승률(0.463)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위 KT&G보다 근소하게 승률이 높은 KTF(0.474)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무르는 형편이다. 울산 모비스와 대구 오리온스가 확고부동한 2약으로 자리매김하는 바람에 일어난 현상이다. 올 시즌에는 예년과 달리 5할 승률로 6강 플레이오프는 어림도 없을 전망이다. 한 시즌에 절대적으로 약한 팀이 두 팀이나 나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2라운드까지 모비스와 오리온스는 나란히 1할대 승률(0.167)을 기록 중인데, 프로농구 출범 이후 한 시즌에 1할대 승률팀이 두 팀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라운드에서 모비스는 2승7패, 오리온스는 3승6패를 거뒀다. 1라운드부터 나란히 9·10위로 처졌다. 그래도 2라운드에 비하면 오히려 나은 성적이었다. 2라운드 9경기에서 모비스는 고작 1승을 올리는 데 만족했다. 그 1승은 다름 아닌 오리온스에 따낸 것이었다. 오리온스전 승리로 모비스는 11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연패의 바통을 이어받은 오리온스는 2라운드에서 단 1승도 건지지 못한 채 전패했다. 결국 10연패 수렁에 빠졌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농구에서 두 자릿수 연패가 나온 경우는 6차례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두 팀이나 벌써 한 시즌에 두 자릿수 연패를 당했다. 이 역시 프로농구 사상 처음이다. 2라운드에서 모비스는 갖가지 악재를 만났다. 5경기 출장정지를 감수하고 ‘오웬수’ 케빈 오웬스를 퇴출시키며 이동준의 친형, 에릭 산드린을 영입했지만 때 아닌 ‘철심파문’이라는 철퇴를 맞고 깊은 수렁의 구렁텅이로 빠졌다. 산드린의 처신도 좋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메디컬 테스트조차 거치지 않은 구단에도 문제가 있었다. 모비스의 11연패 중 외국인선수 한 명으로 치른 경기가 8경기나 포함돼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모비스의 추락은 눈감아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김승현이 허리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팀 전력이 말이 아니다. 오리온스의 평균 득실점 마진은 -8.3점으로 최하위이며 이는 1998-99시즌 동양(-11.4점), 2005-06시즌 전자랜드(-9.9점)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나쁜 수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