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 베어벡 감독 사임 이후 무려 4개월 8일 만에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까지 보여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행보는 말그대로 좌충우돌이었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백방으로 힘썼지만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한 외국 언론으로부터 비웃음섞인 비판만 들어야 했다. 7일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정무 감독 선임 이유와 그 과정을 공개했지만 여전히 3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 고작 2명 알아보고 외국인 감독은 끝? 이 위원장에 따르면 기술위는 지난 10월 8일 13차 회의에서 외국인 감독과 우선적으로 접촉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10월 25일 열린 14차 기술위원회에서 국내외 후보 8명을 선정했다. 국내외 후보 8명 중 외국인은 최종 후보였던 두 사람을 포함해 최소 2명에서 최대 6명이었을 것이다. 즉 11월 1일 15차 기술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한 2인의 후보말고도 다른 외국인 후보가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더 접촉할 대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위원회는 제라르 울리에 프랑스축구협회 기술이사와 믹 매카시 잉글랜드 울버햄튼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바로 내국인으로 그 방향을 틀었다. 이는 다른 후보 감독들이 허정무 감독보다 못하거나 접촉할 방법이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대한축구협회가 영국계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캄(KAM)에 너무 의존적이라는 비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는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5명의 감독을 캄의 소개를 받아 뽑았다. 이번 울리에와 매카시 감독 역시 캄의 소개로 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생각할 여유, '외국인은 보름 - 내국인은 반나절' 물론 허정무 감독이 그만큼 대표팀 감독에 대해 의욕이 강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에게 줄 장고의 시간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난 것도 짚어볼 문제다. 울리에나 매카시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만난 후 보름 정도 협상을 진행했고 그 결과가 'No'였다. 반면 허정무 감독은 지난 6일 이름이 나왔고 7일 오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앞선 두 외국인 감독에 비해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다. 앞서 말한 대로 허감독의 의지가 강했을 수도 있지만 최근 상황을 봤을 때 주위의 채근 혹은 압력이 존재했을 수도 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5일 "2~3일 내로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정될 것이다" 고 천명한 것이 협회에는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또한 울리에, 매카시 영입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을 부담스러워했을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들로 인해 현직에 있던 허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매카시가 허정무보다 낫다? 기술위원회가 밝힌 감독 선정 기준은 총 4가지였다. 우선 ● 축구 이론과 실기에 대해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 세계 축구의 흐름을 숙지해야 하며 ● 국가대표팀 지도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한 ● 주변과의 의사 소통에 어려움 없는 덕망있는 지도자였다. 이같은 기준에 의해 기술위원회는 울리에 감독을 1순위, 매카시 감독을 2순위, 허정무 감독을 3순위에 놓았다. 분명 이 세 감독은 기술위원회가 제시한 선정 기준에 있어서 그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좋은 능력을 지닌 감독들이다. 이 중 울리에 감독은 세계가 인정하는 전문가라고 봤을 때 매카시와 허정무 감독은 그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위원회는 매카시 감독을 허정무 감독보다 더 우선 순위에 놓았다. 매카시 감독은 최근 일고 있는 지적대로 그리 명장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아일랜드를 16강에 올려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이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2005~2006 프리미어리그에서 매카시 감독은 선덜랜드를 이끌고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3월 경질될 때 선덜랜드의 성적은 2승 4무 22패였다. 반면 허정무 감독은 FA컵 2연패를 달성했고 국가대표팀 코치 및 감독 경험이 풍부하다. 또한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등 현재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주요 선수들을 올림픽대표 시절 지도한 경험이 있다. 결국 기술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선임한 허정무 감독보다 결코 낫지 않은 매카시 감독을 외국인과 영어를 쓴다는 이유로 2순위에 올리면서 축구계 안팎의 비판을 자초했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