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토종 감독 무덤' 월드컵서 성공할까?
OSEN 기자
발행 2007.12.08 08: 44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출항이다. 핌 베어벡 감독의 사퇴 이후 근 4개월간 공석에 놓여있던 한국 대표팀 수장 자리는 허정무(52) 감독이 맡기로 했다. 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는 허정무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1년 이후 7년 만에 통치권을 외국인 감독으로부터 가져온 셈이다. 허정무 감독은 제라르 울리에 프랑스축구협회(FFF) 기술이사와 믹 매카시 잉글랜드 울버햄튼 감독이 한국행을 거부한 바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는 따가운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 출발부터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던 허정무호다. 그러나 이같은 한계와 우려는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다. 축구협회도 외국인 감독 시절 못잖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실로 오랜만에 국내파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98 프랑스월드컵 때 차범근 현 수원 삼성 감독이 대표팀을 이끈 이후 12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한국은 여전히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환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대표팀을 맡은 허정무 감독의 입장에선 부담이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솔직히 월드컵 무대는 사령탑들의 무덤이다. 월드컵이 끝난 뒤 각 국은 사령탑을 교체하느라 정신없다. 성공했다고 판단되는 극히 일부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내국인 감독들에게는 쓰라림의 연속이었다. 한국은 김호 감독이 이끌었던 94 미국 월드컵을 제외하고 86 멕시코 대회, 90 이탈리아 대회, 98 프랑스 대회에서 정말 잊지 못할 수모를 겪었다. 98년엔 아예 차범근 감독이 조별리그를 마치기도 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사태도 빚었다. 결코 기분 좋은 추억은 아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가 늘 외국인 감독에 목을 매는 이유다. 어찌됐든 허정무호는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까지 이끌게 된다. 허정무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게끔 노력하겠다"고 했다. 코칭스태프도 일단 골격은 나왔다. 영국서 축구 연수 중인 정해성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수석코치로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GK 코치 등 나머지 일부 스태프만 선발하면 된다. 사령탑 인선부터 코치진 구성까지 중요한 사안들은 거의 해결됐다. 이젠 대표팀을 소집하고, 부지런히 새 얼굴을 발굴해 손발을 맞춰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일단 내년 1월 중순쯤 첫 소집될 대표팀은 2월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첫 경기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내국인 사령탑들에겐 영광보다는 좌절과 아픔을 더 많이 안겼던 월드컵. 허정무호가 '국내 지도자는 그래서 안된다'는 막연한 선입견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2010 남아공월드컵은 아주 중요하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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