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판' 기술위, 책임론 급등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7.12.08 11: 34

또 이렇게 슬쩍 넘어가려는 모양이다. 주위에서 아무리 지적해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모습에 한숨부터 나오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영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허정무 대표팀 감독 취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영무 위원장은 수많은 취재진들 앞에서 진땀깨나 흘려야 했다. 가뜩이나 신뢰를 받지 못했던 기술위는 이번 대표팀 사령탑 선임 문제로 신용도가 더욱 추락하고 말았다. 빈약한 정보력, 막연한 선입견, 책임 의식 결여가 가장 큰 문제가 됐다. 기술위 스스로 무덤을 팠다는 지적이다. 해외파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공표한 뒤 거의 네 달 가까이 공을 들였지만 유력 후보 2명이 한국행을 고사하며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당초 후보군을 추릴 때 기술위는 협상 대상자들이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머나먼 아시아까지 떠나올 의향이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끼리 멋대로 판단한 셈이다. 정보망의 부실이 문제였다. 창구 역할을 했던 특정 에이전시의 잘못이 아닌 기술위의 판단 미스였다. 이같은 정보력 부재는 이미 각급 대표팀의 졸전이 이어질 때도 수 차례 지적돼 온 내용들이기 때문에 전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막연한 선입견도 여기에 한 몫 했다. 이영무 위원장은 허정무 감독이 해외파 2명이 거절했을 경우에 대비한 3번째 옵션이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어째서 허정무 감독을 후순위에 올려 잉글랜드 2부리그 감독(믹 매카시)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줬느냐는 지적에 이 위원장은 “매카시가 2002 한일월드컵 때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동문서답했다. 하지만 매카시 감독은 그다지 명망이 높은 사령탑은 아니다. 결국 실력과 능력대로, 세계 축구의 흐름에 정통한 인물을 꼽겠다는 기술위의 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에 그칠 뻔했다. 결국 기술위는 현 흐름과 세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네임밸류만을 기준으로 후보 순위를 선정한 우를 범한 셈이다. 책임 의식이 결여됐다는 것도 큰 문제다. 지난 2005년 12월 출범한 이번 기술위는 그동안 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해왔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들이 훨씬 많았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각급 대표팀이 부침속에 추락을 거듭할 때, 대표팀 감독 선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등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기술위는 소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위기를 넘겼다. 이번 허정무 감독 선임건도 마찬가지다. 책임론에 대한 질문에 이 위원장은 “허정무 감독과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운명을 함께 할 것”이라며 사퇴 여론을 일축했다. 적어도 요 근래 기술위의 모습에선 일말의 책임 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축구계 사방에서 들려오는 실망섞인 한숨과 증폭되는 책임론을 정말 모르고 있을까.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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