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전망-1루수] 이대호 2연패 유력
OSEN 기자
발행 2007.12.08 11: 45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7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오는 11일 열린다. 골든글러브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수비수들을 선정하는 골드글러브를 따온 상이다. 한국프로야구도 1982년 원년에는 수비율을 기준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선정했다. 원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22연승의 박철순이 아니라 황태환이 된 이유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골든글러브는 실질적인 ‘베스트10’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의 베스트10을 폐지하고 공격 능력까지 포함해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선정하자 상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최근 들어서는 일종의 인기투표 성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과연 누가 황금장갑의 주인이 될지 포지션별로 예상해 본다. ▲ 1루수 1루수는 전통적으로 타격이 가장 강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타격이 좋은 선수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 1루수들 중 거포가 많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그러나 1루 수비를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삼성 양준혁은 “외야 수비보다 1루 수비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빠른 타구가 심심찮게 날아오고 내야수들의 송구를 계속해 안정감있게 포구해야 할 정도로 꾸준한 집중력을 요하는 포지션이다. 1루를 지키는 만큼 투수 및 2루수와도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1루수 수비가 불안해지면 투수도 불안해진다. 1루수에게도 안정된 수비는 필수적이다. 역대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모두 13명이 수상했다. 이승엽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7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이 부문 최다수상자로 기록됐다. 이승엽은 전 포지션을 통틀어 최다 시즌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 어느 포지션보다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장기 독점한 것만으로도 이승엽의 위상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이승엽 다음으로는 해태 전성기를 이끈 김성한이 1985·1986·1987·1988·1989년 5연패에 이어 1991년까지 6회 수상으로 뒤를 잇고 있다. 장종훈이 1992·1995년 2회 수상으로 1루수 부문 최다수상 3위에 올라있다. 이외 김용달(1982)·신경식(1983)·김용철(1984)·김상훈(1990)·김성래(1993)·서용빈(1994)·김경기(1996)·양준혁(2004)·김태균(2005)·이대호(2006) 등이 차례로 골든글러브를 1회씩 수상했다. 올해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자는 모두 6명. 84경기 이상 1루수로 출장한 선수 중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율 2할4푼 이상 기록한 선수들에 한해서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호준(SK), 안경현(두산), 김태균(한화), 최동수(LG), 이대호(롯데), 장성호(KIA) 등이 올해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자들이다. 1982년생 동갑내기 김태균과 이대호는 한 차례씩 수상한 전례가 있지만 나머지 30대 베테랑 선수들은 2루수로 3회 수상한 안경현을 제외하면 골든글러브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꾸준함의 대명사’ 장성호는 1루수는 물론이고 외야수로도 골든글러브를 단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해 골든글러브가 낳은 불운아라 할 만하다. ▲ 이대호 유력 이대호의 사상 세 번째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2연패가 유력하다. 이대호의 타격 성적은 1루수뿐만 아니라 전 포지션을 통틀어서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올 시즌 121경기에서 타율 3할3푼5리·29홈런·87타점·79득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에서 모두 전체 2위에 올랐고 타격과 득점에서도 전체 3위에 랭크됐다. 장타율(0.600)은 당당히 전체 1위였으며 출루율(0.453)도 전체 3위였다.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중심타자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OPS(장타율+출루율)도 1.053으로 전체 1위였다. 타격 성적으로 이대호를 이길 만한 후보는 전무하다. 22년 만에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지난해 못지않다. 흠으로 지적할 만한 부분은 역시 수비다. 이대호의 1루 수비는 평균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지난 5월22일 광주 KIA전에서 8회말 2사 2루에서 김원섭의 평범한 내야플라이를 어이없이 놓치는 ‘동네야구 수비’로 수비가 약하다는 편견이 생겼다. 하지만 이대호의 올 시즌 수비율은 9할9푼5리6모로 1루수 후보자 중 수비가 좋기로 소문난 안경현(0.998)-김태균(0.9963) 다음으로 높았다. 보살은 63개로 김태균(76개) 다음으로 많았다. 덩치가 크지만 비교적 타구판단이 빠르다. 한때나마 3루수로 뛴 경험이 있는 덕분이다. 또한, 큰 덩치를 앞세워 내야수들로 하여금 정확한 송구 목표가 되기도 한다. 1루수들이 갖춰야 할 수비 요소는 모두 갖췄다. 이대호에게 견줄 수 있는 후보로는 이호준과 김태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호준은 타율 3할1푼3리·14홈런·71타점을 기록했으며 수비율도 9할9푼5리로 괜찮은 편이다. 김태균은 타율 2할9푼·21홈런·85타점으로 타격 성적이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 준수한 편이고 수비율(0.996)·보살(76개)에서 나타나듯 1루 수비가 좋았다. 그러나 이대호의 압도적인 타격 성적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편 골든글러브에 한이 맺힌 장성호는 올 시즌에도 수상이 어려워졌다. 시즌 중 최희섭의 가세로 포지션을 외야수로 전환한 장성호는 최희섭의 부상으로 다시 1루수로 자리를 옮기는 등 포지션 이동이 많았다. 부상 악재가 겹치며 10년 연속 3할 타율에 실패했고 수비율(0.993)도 낮았다. 장성호로서는 어쩌면 1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도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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