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끈끈한 저력의 팀 ‘탈바꿈’
OSEN 기자
발행 2007.12.09 08: 50

6승 24패. 지난 시즌 프로배구 V리그에서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남겼던 초라한 성적표다. 그런 한전이 달라졌다. 2006년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공정배 감독이 이끄는 한전은 올 시즌 NH농협 2007-2008 V리그에서 3경기를 치러 1승 2패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길 팀에 이기고, 질 팀에 진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한전은 일방적으로 몰리다 무기력하게 무너지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패배가 자명해보이는 강 팀과의 승부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으로 상대를 물고 늘어진다. 라이트 양성만과 정평호의 안정된 플레이와 리베로 염순호를 내세운 끈끈한 디펜스는 한전의 장기이자 특징이다. 공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어느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승부를 펼치라”고 주문했고, 이같은 지휘 의도에 선수들도 잘 따른다. 한전은 지난 4일 수원 개막전에서 역시 아마추어 초청팀 상무를 맞이해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서로를 유일한 승리 상대로 평가하는만큼 치열한 승부였다. 한전은 2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명승부를 펼치며 수많은 위기를 넘겼다. 마지막 5세트에선 15-15로 듀스를 맞이해 무려 29-27까지 이어지는 놀라운 랠리가 반복됐다. 그리고 승리했다. 비록 한전은 하루 뒤 있은 LIG 손해보험과 2차전에서 0-3으로 졌다. 하지만 체력적 부담이 문제였을 뿐, 경기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LIG의 스페인 거포 팔라스카가 전 세트를 출전한 가운데 한전은 마지막 3세트에서 끈질긴 추격전을 펼치는 등 최선을 다했다. 8일 열린 대한항공과의 리그 3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리 2번의 세트를 내줘 또다시 완패하는 듯했지만 3세트를 25-20으로 따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 라이트 정평호와 양성만은 각각 19점과 18점을 올렸다. 대한항공의 공격을 주도하는 왼쪽 공격수 신영수와 김학민이 기록한 15점, 14점보다 많은 수치다. 물론 대한항공이 첫 세트를 제외하고 브라질 용병 보비를 뺀 결과였기도 했지만 한전도 최선을 다했기에 패배가 아쉽지 않았다.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도 경기후 “어려운 경기였다. 한전에게 블로킹 포인트를 많이 내준 게 쉽지 않은 승부로 이어졌다”고 한전을 칭찬했다. 어차피 한전은 여타 우승 후보와는 다르다.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정식 프로 구단으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여기에 다른 팀들이 가진 외국인 선수도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미있는 배구를 한전은 펼쳐주고 있다. 승패 여부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승부를 보여줌으로써 한전은 배구 팬들의 기대에 충분히 보답하고 있다. yoshike3@osen.co.kr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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