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전망-3루수] 이현곤-김동주 '박빙'
OSEN 기자
발행 2007.12.09 10: 21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7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오는 11일 열린다. 골든글러브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수비수들을 선정하는 골드글러브를 따온 상이다. 한국프로야구도 1982년 원년에는 수비율을 기준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선정했다. 원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22연승의 박철순이 아니라 황태환이 된 이유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골든글러브는 실질적인 ‘베스트10’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의 베스트10을 폐지하고 공격 능력까지 포함해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선정하자 상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최근 들어서는 일종의 인기투표 성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과연 누가 황금장갑의 주인이 될지 포지션별로 예상해 본다. ▲ 3루수 3루수는 이른바 ‘핫코너’로 일컬어진다. 오른손 타자가 당겨칠 때 빨랫줄처럼 뻗어나가는 강하고 날카로운 직선타구가 많기 때문이다. 3루 선상으로 총알처럼 날아가는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는 장면은 3루수만의 전유물. 또한, 내야수 중 1루와 가장 거리가 먼 포지션인 만큼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능력도 중요시된다. 장타를 막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3루 수비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3루수는 비단 강한 타구뿐만 아니라 느린 타구와 번트를 처리할 수 있는 순발력도 갖춰야 한다. 상황에 따라 수비 위치의 이동도 많아 안정감과 집중력도 필수적이다. 역대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는 9명밖에 되지 않는다. 최다수상자는 한 시대를 풍미한 한대화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해태에서 6연패를 달성한 이후 1993·1994년 LG에서 2연패를 달성하는 등 골든글러브 총 8회 수상을 자랑한다. 3루수뿐만 아니라 전 포지션을 통틀어 골든글러브 최다수상 기록이다. 이어 김한수가 1998·1999년 2연패, 2001·2002·2003·2004년 4연패 등 총 6차례 수상했으며 홍현우가 1995·1996·1997년 이 부문 3연패로 총 3회 수상했다. 그 다음으로는 김용희(1982·1983)와 이범호(2005·2006)가 2회씩 수상했다. 이광은(1984), 이순철(1985), 송구홍(1992), 김동주(2000)도 1회씩 수상했다. 올해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자는 모두 6명이다. 3루수 골든글러브 후보 자격은 84경기 이상 3루수로 출장한 선수 가운데 규정타석을 채워 타율 2할4푼 이상 기록한 선수들에 한한다. 최정(SK), 김동주(두산), 이범호(한화), 정성훈(현대), 정보명(롯데), 이현곤(KIA)이 후보다. 올 시즌 후보들의 활약상이 가장 뛰어난 포지션이라 할 만하다. 후보자 6명이 15홈런 이상 또는 2할8푼대 이상 타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골든글러브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이다. 그러나 이범호의 3연패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치열한 경쟁이 벌이지는 가운데에도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솟아난 후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현곤과 김동주다. ▲ 이현곤 vs 김동주 이현곤은 올 시즌 타격 부문 2관왕에 빛난다. 올 시즌 126경기 모두 출장해 타율 3할3푼8리를 기록하며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했고, 덤으로 153안타를 치며 최다안타왕까지 차지했다. 골든글러브 수상에서 타이틀홀더는 매우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과 전체적인 공헌도까지 종합 평가한 1983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수를 제외한 나머지 9개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216차례 중 개인타이틀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한 경우는 총 32차례로 불과 14.8%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그 중 10차례가 도루 타이틀이었다. 1983년부터 지난해까지 타격왕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한 경우는 겨우 6차례밖에 없었다. 바꾸어 말하면 타격왕의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성은 75.0%에 달한다. 하지만 경쟁자 김동주의 성적이 만만치 않다. 김동주는 올 시즌 119경기에서 타율 3할2푼2리·19홈런·78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당당히 전체 1위(0.457)에 올랐다. 홈런·타점·득점·출루율·장타율 그리고 도루까지 타율과 최다안타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이현곤을 앞섰다. 심지어 수비율도 9할6푼8리로 이현곤(0.950)보다 훨씬 높았다. 이현곤이 실책 16개를 기록하는 동안 김동주는 9개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물론 경기와 이닝을 더 소화한 이현곤의 자살(79개)과 보살(225개)은 모두 김동주(70개·205개)보다 조금 더 많지만 타격왕 포함 다관왕을 차지하고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한 선수가 3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은 이현곤에게 달갑지 않다. 하지만 1997년 김기태와 2002년 장성호는 이승엽의 벽에 가로막혔다. 물론 올해 김동주는 이승엽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또한, 장타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교타자들에게 타율과 안타는 최고의 기록이다. 홈런과 타점 그리고 OPS가 타자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라면, 골든글러브는 거포들의 전유물이 될지도 모른다. 한편, 이현곤과 김동주 외에도 올해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자에는 우수한 실적을 올린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홈런과 장타에서 밀려 이범호에게 아쉽게 패한 정성훈은 올해도 아쉬운 후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2경기에서 타율 2할9푼·16홈런·76타점으로 활약했다. 수비율은 9할5푼2리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성훈의 수비는 숫자로 판명할 수 없는 힘을 지녔다. 이범호도 성적은 이름값을 지우면 크게 나쁘지 않았다. 126경기 모두 출장해 타율은 2할4푼6리에 그쳤지만 후보자 중 가장 많은 홈런(21개)을 쳤다. 수비율도 9할6푼8리로 후보자 중 2위였으나 보살(306개)이 가장 많은 데서 알 수 있듯 타구를 많이 처리했다. 최정도 122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16홈런·66타점이라는 뛰어난 타격성적에 후보자 중 가장 많은 자살(99개)을 기록했다. 정보명은 타율이 2할8푼2리로 전체 20위였지만 수비율이 9할3푼3리로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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