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대구 오리온스가 최악 일로를 걷고 있다. 오리온스는 지난 8일 서울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77-97로 대패하며 11연패에 빠졌다. ‘공동 최하위’ 울산 모비스가 기록한 올 시즌 최다 연패 타이 기록. 오리온스 구단 역사상으로도 지난 2000-01시즌 이후 7년 만에 재현된 11연패다. 평균 득실점 마진도 무려 -8.9점으로 전신인 1998-99시즌 동양(-11.4점), 2005-06시즌 인천 전자랜드(-9.9점) 이어 역대 프로농구 3번째로 나쁘다. 오리온스로서는 총체적 난국이다. 포인트가드 김승현의 허리 부상에 따른 장기간 결장으로 조타수를 잃어버리며 가드진이 훵하게 비어버린 가운데 골밑은 골밑대로, 외곽은 외곽대로 엉망이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오리온스를 대표한 특유의 다득점 게임과 속공 그리고 외곽포 퍼레이드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지난 4시즌 연속 평균 득점 1위에 올랐던 오리온스지만 올 시즌에는 평균 79.0점으로 이 부문 8위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3점슛도 경기당 평균 5.79개로 이 부문 최하위이며 3점슛 성공률도 34.8%로 전체 9위로 처져있다. 속공은 평균 3.42개로 전체 5위에 랭크돼 있지만 지난 시즌(4.56개)과 비교할 때 역시 하락했다. 삼성전에서도 오리온스의 문제점은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날 이상민과 이규섭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삼성의 사정은 오리온스 못지않게 좋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은 공격에서 한 박자씩 더 빠르고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빈 공간을 찾아 컷인 또는 속공으로 손쉬운 득점을 올렸고, 수비에서는 끈적끈적한 밀착 수비로 오리온스의 예봉을 꺾었다. 올 시즌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오락가락하는 경기력을 보인 삼성이 이상민이 빠진 이후 5경기에서 4승1패라는 호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수비다. 삼성은 최근 5경기에서 평균 실점이 79.2점으로 시즌 평균 실점(86.6점)보다 훨씬 낮다. 주전 공백을 공격 대신 수비로 잘 메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수비마저 되지 않고 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87.9실점을 헌납하고 있다. 삼성전에서도 무려 97점을 내주고 말았다. 공격과 마찬가지로 골밑은 골밑대로, 외곽은 외곽대로 뻥뻥 뚫렸다. 가로와 세로를 가릴 것 없이 허점을 드러낸 수비는 강혁이 ‘폭풍 17도움’을 퍼부은 촉매제였다. 신인 포인트가드 김영수가 스피드를 앞세워 끈끈한 수비를 펼쳤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문제였다. 김병철과 리온 트리밍햄은 수비에서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고 이는 매번 매치업 상대를 놓친 정재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백코트가 느린 팀”이라는 강혁의 말처럼 올 시즌 오리온스는 속공 허용이 평균 5.21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이 같은 오리온스의 문제는 가드진의 공백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오용준·이현준 등 그간 공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한 포워드들이 허수아비가 되어버렸다. 최근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이동준도 혼자서 만드는 플레이가 대부분이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승현을 중심으로 준비한 만큼 그가 없는 공백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승현의 공백은 비단 공격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김승현은 수비에서도 빠른 발과 강한 힘으로 상대 공격을 한 박자씩 늦추게 했고, 패싱레인을 끊어내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비교적 빠른 백코트로 상대 속공을 저지하는 세이프티 역할까지 충실하게 소화해낸 선수가 김승현이었다. 그러나 그 김승현이 빠지니 공수 양면에서 총체적인 난국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시즌 피트 마이클처럼 가공할 만한 득점력으로 경기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슈퍼’ 외국인선수도 없기 때문에 김승현의 공백은 더욱 커 보인다. 실질적인 포인트가드가 김승현 외에는 김영수밖에 없다는 것도 오리온스에는 아쉬운 대목이다. 김승현 입단 전처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심각한 포인트가드난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정재호의 현재 플레이는 2000-01시즌 김병철의 포인트가드 변신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어떤 식으로든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하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은 것이 오리온스가 처한 현실이다. 김승현과 외국인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삼성을 보면 부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당 평균 선수교체(11.0회)가 10개 구단 중 최하위일 정도로 경기 중 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이충희 감독이 진지하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이충희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