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연패 탈출' 오리온스의 '긍정적' 조짐들
OSEN 기자
발행 2007.12.10 09: 05

[OSEN=이상학 객원기자] 길고 긴 칠흑 같은 터널을 벗어났다. 대구 오리온스가 지난 9일 부산 KTF와의 홈경기에서 마침내 기나긴 연패 사슬을 끊었다. 오랜만에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으며 85-74로 완승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삼성전 이후 정확히 31일 만이자 12경기 만에 따낸 값진 승리.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오리온스는 연패 탈출만큼이나 중요한 향후 희망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11연패 고리를 끊은 것만큼 고무적인 부분이었다. 포인트가드 김영수 사실 오리온스에 정통 포인트가드는 김승현과 신인 김영수 밖에 없다. 그러나 김승현이 개막전 한 경기만 뛰고 허리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자 오리온스는 경기를 이끌 조타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충희 감독은 김영수 대신 경희대 시절 포인트가드로 활약한 정재호를 중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악수였다. 프로진출 후 사실상 슈팅가드에 가까운 플레이 스타일을 보이고 있는 정재호에게 포인트가드는 무거운 짐이었다. 볼을 지나치게 오래 끌기 일쑤였고 패스와 슛의 끊고 맺음이 적절치 못했다. 김승현의 공백이 더욱 커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패 탈출에 성공한 KTF전에서 오리온스는 김영수를 재발견했다. 이날 김영수는 선발 출장해 38분22초를 뛰며 팀 내 최다 21점을 올리고 5어시스트·4리바운드를 곁들이는 맹활약을 펼쳤다. 정통 포인트가드답게 빠르고 간결한 볼처리로 원활한 볼 배급을 주도한 김영수는 고비마다 과감한 골밑 돌파로 정체된 팀 공격의 체증까지 뚫었다. 4쿼터 중반 외국인선수 리온 트리밍햄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에도 흔들리지 않고 리드 점수를 지킨 경기 운영능력도 수준급이었다. 작은 신장(176cm)에도 빠른 발로 상대 포인트가드 신기성과 추철민을 철통같이 막으며 수비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신기성과 추철민은 이날 도합 10점에 그쳤다. 사실 김영수는 시즌 초반에도 가능성을 보인 선수였다. 지난 10월23일 창원 LG전에서는 3점슛 4개 포함 12점을 올리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김영수는 이후 2경기에서 15점과 10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몇 차례 실수가 반복되자 자신감을 잃었고 출전시간도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리온스로서도 김영수처럼 공수 양면에서 빠르고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는 활력소가 필요하다. 패스워크가 화려하고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원활한 볼 처리와 배급만으로도 필요성은 충분하다. 또한 3점슛 성공률(44.7%)에서 나타나듯 슈팅력도 좋다. 진작에 썩히지 말고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정통센터 아론 이충희 감독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높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확률 높은 농구를 펼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높이를 활용할 김승현이 빠지며 외국인선수 트리밍햄과 로버트 브래넌의 높이가 제대로 활용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브래넌마저 갑작스런 허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높이가 크게 약화됐다. 브래넌의 대체로 들어온 제러드 지는 실망을 넘어 절망이었다. 결국 트리밍햄만 4쿼터 내내 돌릴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안 그래도 36세로 고령인 트리밍햄마저 후반 들어 체력 저하와 함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포인트가드 부재와 골밑 높이 약화는 오리온스 11연패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를 대체해 들어온 정통센터 칼튼 아론이 서서히 적응하며 오리온스에 새로운 힘이 되고 있다. 아론은 국내무대 데뷔 6번째 경기였던 KTF전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26분59초를 소화하며 20점·9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야투를 14개나 던져 10개나 적중시켰다. 대부분 골밑 바로 아래 페인트존에서 우겨넣은 득점들이었다. 김영수·김병철 등 가드진이 골밑으로 볼을 나름 효과적으로 넣었고, 아론도 어설픈 듯 집중력을 발휘하며 침착하게 골밑 득점을 올렸다.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풋백 득점도 꽤 위력적이었다. 이날 아론과 매치업된 KTF 제이미 켄드릭은 몸싸움에서 아론의 힘을 이기지 못해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날 정도였다. 아론이 보드 장악력에서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오리온스는 트리밍햄을 무리하게 가동시키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날 트리밍햄은 올 시즌 가장 적은 출전시간(22분59초)을 기록했다. 트리밍햄이 얼마 가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유있게 승리를 했다는 것은 오리온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아론은 엄청난 몸집을 앞세워 적어도 골밑 수비에서는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다. 골밑 페인트존에서 두 팔을 들어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는 높은 산이었다. 상대 팀에게 자동문이나 다름없었던 오리온스의 골밑 수비가 강화된다면 조금 더 끈끈한 수비농구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TF전에서 기록한 오리온스의 실점(74점)은 올 시즌 팀의 두 번째 최소실점으로 평균 실점(87.2점)보다 10점 넘게 낮은 수치였다. 칼튼 아론-김영수(작은 사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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