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전망-지명타자] 양준혁 유력
OSEN 기자
발행 2007.12.10 16: 22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7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오는 11일 열린다. 골든글러브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수비수들을 선정하는 골드글러브를 따온 상이다. 한국프로야구도 1982년 원년에는 수비율을 기준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선정했다. 원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22연승의 박철순이 아니라 황태환이 된 이유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골든글러브는 실질적인 ‘베스트10’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의 베스트10을 폐지하고 공격 능력까지 포함해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선정하자 상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최근 들어서는 일종의 인기투표 성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과연 누가 황금장갑의 주인이 될지 포지션별로 예상해 본다. ▲ 지명타자 지명타자에게 글러브는 필요하지 않다. 방망이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수비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지명타자에게 골든글러브를 부여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골든글러브가 실질적인 ‘베스트10’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아이러니다. 사실 골든글러브를 수비와 공격까지 전체적인 활약도를 따진 첫 해였던 1983년에만 하더라도 지명타자 부분은 시상이 없었다. 하지만 1984년부터 지명타자에게도 골든글러브가 주어졌다. 물론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선정하는 기준은 오직 타격 성적뿐이다. 역대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는 모두 17명이나 된다. 3개 포지션의 외야수를 제외하면 투수와 함께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그 17명 중 6명은 다른 포지션으로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고유 포지션이라는 의미는 크지 않았다. 지명타자 부문 최다수상자는 김기태다. 1992·1993·1994년 이 부문 3연패 이후 10년 만인 2004년까지 총 4회 수상했다. 그 다음이 바로 양준혁으로, 1998·2001·2006년 총 3회 수상을 기록했다. 이어 박재용이 1996·1997년 2연패를 하며 최다수상 3위에 랭크돼 있다. 이외에 양세종(1984), 김용희(1985), 김봉연(1986), 유승안(1987), 김용철(1988), 박철우(1989), 박승호(1990), 장종훈(1991), 김형석(1995), 댄 로마이어(1999), 타이론 우즈(2000), 마해영(2002), 김동주(2003), 김재현(2005)이 1회씩 수상했다. 올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자격은 규정타석을 채우고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이다. 자격을 충족시킨 선수는 겨우 3명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 전 포지션을 통틀어 후보수가 가장 적은 포지션이 바로 지명타자다. 자격 조건을 채운 3명은 제이콥 크루즈(한화), 양준혁(삼성), 클리프 브룸바(현대)다. 양준혁은 개인 통산 8번째 골든글러브를 노리고 있다. 지명타자로는 4번째. 이번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 역대 골든글러브 최다수상과 지명타자 부문 최다수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브룸바는 지난 2004년 외야수로 받은 이후 이번에는 지명타자로 생애 두 번째 골든글러브를 바라고 있다. 크루즈는 첫 도전이다. ▲ 양준혁 수상 유력 양준혁은 올 시즌 123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149안타·22홈런·72타점·78득점·20도루라는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만 38살 노장이 거둬들인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다. 장타율(0.563)과 출루율(0.456)을 합한 OPS(1.019)도 이대호 다음으로 좋았다. 38살이 넘은 나이에 OPS가 1점대를 돌파한 선수는 양준혁이 처음이다. 비록 개인 타이틀은 하나도 없지만 타격·최다안타·출루율·장타율 등 무려 4개 부문에서 전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홈런과 득점은 4위였고, 도루와 타점은 각각 9위·10위였다. 타점이 중심타자치고 조금 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삼성의 테이블세터진이 최악의 출루율(0.313)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크루즈와 브룸바의 성적도 결코 만만치 않다. 크루즈는 올 시즌 121경기에 출장, 타율 3할2푼1리·22홈런·85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에서 모두 전체 4위에 랭크됐다. 타격랭킹도 전체 6위. 결승타도 15개로, 심정수 다음으로 많았다. 브룸바도 126경기 모두 출장해 타율 3할8리·29홈런·87타점으로 활약했다. 홈런과 타점 모두 전체 2위를 차지했다. 타격랭킹도 전체 11위에 올랐다. 지명타자에게 중요한 홈런과 타점에서 양준혁을 모두 앞섰다. 그러나 결승타가 10개로 양준혁(13개)보다 더 적었다. 크루즈나 브룸바 모두 화려한 성적이지만, 양준혁을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양준혁에게는 인기라는 덤이 있다. 골든글러브는 수비와 공격 그리고 인기도까지 측정한다. 양준혁은 올 시즌 많은 이슈를 쏟아낸 주인공이다. 만 38살이라는 나이에 타격 전 부문에서 10위권에 들어간 활약상은 물론이고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2000안타 돌파와 최고령 20-20 클럽 기록까지 세웠다. 야구 외적인 부분이지만 시즌 종료 후에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특유의 입담으로 야구인기 부흥에도 앞장섰다. 골든글러브 경쟁자가 모무 외국인선수라는 점도 양준혁에게는 호재다. 2002년 마해영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때 세운 최다득표율(99.3%)도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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