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로운 비슷한 운명인가. 올해 타격 2관왕을 따낸 KIA 3루수 이현곤(28)이 아쉬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타격 2관왕을 차지하고도 황금장갑을 타지 못했다. 2년 선배인 1루수 장성호(30)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타격왕에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지만 골든글러브 수상 경험이 없다. 이현곤은 올 들어 생애 첫 3할타자로 성장했고 단숨에 타격왕(.338)과 최다안타왕(153개)에 올랐다. 이쯤되면 상복이 따라올 만도 하다. 그러나 지난 11일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3루 터줏대감 김동주에 밀려 12표차이로 아깝게 황금장갑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현곤은 이에 앞서 베이징올림픽 대만 아시아예선에 국가대표로 뽑혔으나 역시 4번타자이자 주전 3루수인 김동주에 막혀 벤치를 지켜야만 했다. 중요한 대만전과 일본전에서는 대수비와 대주자로 기용됐을 뿐이다. KIA에는 비슷한 운명을 지닌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올해 3할 타율에 실패했지만 지난해까지 무려 9년 연속 3할타율을 기록한 장성호다. 그러나 단 한 차례도 골든글러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예전에는 이승엽(삼성-지바 롯데-요미우리)에 가로막혔고 요즘엔 롯데 이대호(25)에게 밀려났다. 장성호 역시 이번 베이징올림픽 예선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주전 1루수 이대호에게 가려 대타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3차전인 필리핀전에 주전 1루수로 기용됐지만 아무래도 김이 샐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앞으로 두 선수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서 웃을 수 있을까. 이현곤은 김동주의 일본 진출이 성사되면 지금보다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장성호는 간판 슬러거들이 즐비한 1루의 정글에서 3할-30홈런-100타점을 올리지 못한다면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 sunny@osen.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