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으로 잔을 채우고 티켓으로 건배를 외친다. 공연 관람으로 송년 모임을 대체하는 것이 예년에 이어 올해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공연장마다 부장님과 사원을 찾는 목소리가 낯설지 않고 술에 취해 한 해를 보내는 것보다 오히려 공연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 한편으로는 더 나은 송년회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콘서트의 최성욱 대표는 “요즘은 직장인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술 마시며 흥청망청 보내는 연말 보다는 함께 공연을 보는 등 뭔가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행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추세인 것 같다”며 “그렇다 보니 요즘에는 과거의 연인 컨셉트의 공연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컨셉트의 공연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콘서트 송년회용으로 콘서트를 단체 관람할 때의 포인트는 가수 선정. 회사 내 모든 부원들이 두루 즐길만한 레퍼토리가 있는 가수가 가장 좋다. 여의치 않다면 그래도 가장 많은 직원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고르는 것도 좋다. 13일부터 24일까지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노래하는 이문세나 14~16일 고양시 아람누리 아람극장, 28일에서 29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무대를 갖는 조용필 그리고 21~22일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하는 김창완, 역시 호암아트홀에서 25~31일 공연하는 양희은 등은 그런 기준에서 훌륭한 선택이다. 좀 더 젊은 취향을 살펴보자. 21~24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리는 그룹 동물원의 콘서트나 27일에서 31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무대에 서는 박정현, 28~29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하는 빅마마의 공연도 단연 베스트다. 배꼽 빠지게 웃고,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추고 싶다면 12월 3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릴 DJ DOC의 공연이 제격이다.‘개그 콘서트’도 있다. 내년 2월말까지 대학로 갈갈이 콘서트홀에서 KBS 개그콘서트 출연진들로 구성된 ‘갈갈이 패밀리’가 공연된다. SBS ‘웃찾사’ 팀도 ‘개판 오분전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연말까지 대학로 인아트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뮤지컬 공연 중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역시 뮤지컬. 노래, 음악, 춤, 연기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먼저 뮤지컬 스타 남경주가 출연하는 ‘벽을 뚫는 남자’가 있다. 영화 ‘쉘부르의 우산’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미셸 르그랑의 작품으로 남경주 이외에도 고영빈이 주인공에 더블 캐스팅 되었다. 내년 2월3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내년 1월 13일까지 LG 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 ‘뷰티풀 게임’도 눈에 띈다. 벨파스트 축구팀의 실화를 소재로 다룬 이 뮤지컬은 지난 2000년 런던 캠브리지 극장에서 초연돼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했다. TV와 영화로 낯이 익은 박건형이 주인공을 맡아 3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다. 연중 공연하는 ‘난타’와 ‘점프’도 아직 못본 이들이 많다면 괜찮은 선택. ‘난타’는 31일까지 정동 난타전용극장에서 공연되며 코믹 무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점프’도 종로 관철동의 전용극장에서 내년 1월말까지 공연한다. 이밖에 연말까지 각각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나 홍대 비보이 전용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도 눈여겨볼만하다. 연극 가는 해를 좀 더 차분하게 보내고 싶다면 연극 무대로 발길을 돌리는 것도 좋다. 영화감독 장진이 연출, 3월 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펼쳐질 ‘서툰 사람들’과 31일까지 쇼틱씨어터 2관에서 열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도 2007년 한해를 마감하며 단체관람할만한 연극들이다. 또한 1983년 윤석화를 스타로 만들었던 ‘신의 아그네스’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아그네스 역에는 신예 연극배우 이진희가 캐스팅됐으며 아그네스와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 역은 손숙이 맡는다. 이밖에도 유오성 설경구 등 스타급 영화배우들을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한 한양레퍼토리의 국내창작극 ‘뷰티풀 선데이’도 괜찮은 대안. 31일까지 한양레퍼토리 씨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무대의 뜨거운 열기가 여기까지 생생하게 전달되는 듯하다. 이쯤하면 술자리의 그것과 다를게 뭐있을까. 무대의 가수나 배우와 함께 웃고 눈물짓다 보면 잊지 못할 추억의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어서 좋고 스트레스 풀려서 좋고 술 마신 뒤 고통 따위 없는 공연은 그래서 송년회로 강추다. y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