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게 없는' 현대캐피탈, 암울한 시즌
OSEN 기자
발행 2007.12.13 07: 44

“요즘 저희 팀은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이보다 현대캐피탈의 처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얘기가 또 있을까. 지난 시즌 V리그를 제패했던 ‘디펜딩 챔프’ 현대캐피탈이 또 졌다. 벌써 시즌 1승 3패다. 지난 12일 오후 인천 도원시립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07-2008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첫 세트를 먼저 25-19로 따낸 뒤 내리 3차례 세트를 내주며 무너진 탓이라 아쉬움과 아픔은 더욱 컸다. 현대캐피탈은 6일 아마추어 초청팀 상무를 3-0으로 완파한 것을 제외하곤 LIG손해보험, 삼성화재 등 프로 라이벌들에게는 모조리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경기를 마친 뒤 공식 인터뷰를 위해 기자실로 들어선 김호철 감독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김 감독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고 있어요. 현재로선 도무지 되는 게 없네요”란 한 마디로 자신의 마음과 팀의 아픈 처지를 에둘러 표현했다.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지만 김호철 감독은 교체 선수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적절한 타이밍에서 코트로 들여보낼 뚜렷한 카드가 없다는 것. 이날 경기는 무엇보다 세터 운용에서 패한 한판이었다. 현대캐피탈의 세터로 나선 권영민은 위기 상황에서 리시브 불안을 보이며 상대에게 내리 포인트를 내줬다. 현대캐피탈은 살아날 듯하다가도 득점 찬스에서 점수를 올리지 못하고, 고비를 넘기지 못해 스스로 자멸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2세트에서 주전 세터 김영래를 빼고, 김영석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김영석의 투입이 이날 경기 최대 포인트였다. 김영래에게 익숙했던 현대캐피탈은 우왕좌왕했고, 김영석은 특유의 빠른 토스 워크로 대한항공 공격을 이끌었다.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이 "세터 운용에서 우리가 이긴 경기였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로 김영석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더 재미있는 것은 김영석이 지난 시즌까지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다는 사실. 김 감독은 “위기 순간에서 권영민이 살아나지 못했다. 좌우 공격 성공률이 저조했을 때 권영민의 활약이 절실했다"면서 "의지는 좋았지만 2세트 이후 우리 팀의 고질적인 병폐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가 없다는 것도 현대캐피탈의 큰 아쉬움이었다. 대한항공 보비가 22득점으로 펄펄 날아다니는 것을 현대캐피탈은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해결사가 없고, 디펜스를 조율할 적절한 수비와 함께 볼을 살려줄 세터가 부진했다는 것. 그나마 레프트 송인석이 부지런히 코트를 누비며 21득점을 올렸다면 다행일까. 모든 부분에서 완패한 현대캐피탈이었다. 인터뷰에 앞서“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취재진들에게 농을 던진 김 감독의 속내와 심경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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