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때 한화의 외야진은 화려하고도 막강했다. 좌익수 이영우, 중견수 제이 데이비스, 우익수 송지만으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은 공수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었다. 1999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구던 시절에도 이영우-데이비스-송지만의 외야 라인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추억이다. 데이비스와 송지만은 모두 한화를 떠났고, 이영우는 군입대와 부상이라는 불운에 발목이 잡혔다. 그 사이 한화의 외야는 8개 구단 중 최약체 수준으로 떨어졌다.
▲ GG 후보도 없었다
지난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 한화는 5명의 후보자를 냈지만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해내지 못했다. KIA와 현대도 사정은 같았지만, 그래도 이현곤과 이택근이라는 경쟁자를 내세워 마지막까지 수상 가능성을 살폈다. 그러나 한화는 애초부터 희망이 없었다. 한화의 후보자 5명이 얻은 득표(146표)는 3루수 부문 탈락자 이현곤(KIA·159표) 혼자 얻은 표보다도 적었다. 하지만 더욱 씁쓸한 것은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야수 부문에서 골든글러브 후보자를 한 명도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올 한 해 한화는 심각한 외야수 기근에 시달렸다.
올 시즌 한화의 외야는 조원우-고동진-제이콥 크루즈로 시작했다. 그러나 크루즈는 전반기 막판부터 왼쪽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외야수를 포기하고 지명타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를 김인철-김수연-연경흠-이영우 등이 돌아가며 기용됐지만, 공격에서는 확실하게 크루즈의 역할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화는 데이비스 대신 외야수로 쓸 요량이었던 크루즈가 지명타자 자리로 들어가자 졸지에 타선에서 지명타자 카드를 잃고 말았다. 이는 한화가 시즌 후 검증된 외국인 타자가 된 크루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한화에는 지명 거포보다는 수비가 되는 외야수가 필요했다.
외야는 수비보다도 공격이 더욱 강조되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올 시즌 한화의 외야수 중에는 공격에서 제대로 활약한 선수가 없었다. 톱타자 고동진은 124경기에나 출장했지만 타율은 겨우 2할4푼9리에 그쳤다. 데뷔 후 최악으로 부진한 한 해를 보낸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 박한이(0.267)보다도 2푼가량 낮은 타율이었다. 2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던 이영우는 당장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부상으로 지명타자로 출장한 경우가 더 많았다. 조원우는 한화 외야수 중 가장 많은 홈런을 쳤지만 겨우 4개밖에 되지 않았다. 베테랑 김인철과 김수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년차 연경흠이 시즌 막판부터 힘을 보탰으나 기회가 많지 않았다.
▲ 외야 라인 리모델링
시즌 종료 후 김인철을 방출한 한화는 12일 현금 5000만 원에 두산 외야수 윤재국을 영입했다. 통산 타율 2할6푼을 기록 중인 윤재국은 화려하지 않지만 팀 배팅 등 팀 플레이가 돋보이는 베테랑이다. 여기에 고동진이 군입대를 미룬 가운데 신종길과 최진행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다. 2004년 롯데로 FA 이적한 이상목의 보상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신종길은 그해 9월21일 대전 두산전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지금도 한국 프로야구 마지막 사이클링 히트 기록으로 남아있다. 최진행도 같은 해 고졸신인으로 데뷔하자마자 9홈런을 때리며 파워히터의 가능성을 보였었다. 한화가 신인 2차 지명에서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5명만 뽑은 것도 바로 신종길과 최진행이라는 예비전력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었다.
또한, 한화는 크루즈를 대신할 외국인 타자로 우투좌타 외야수 더그 클락을 점찍은 상태다. 1976년생인 클락은 마이너리그에서만 10시즌을 뛴 베테랑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2005~2006년 통틀어 14경기를 뛴 것이 전부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트리플A 성적은 연평균 타율 2할9푼3리·14.3홈런·65.0타점으로 준수한 편이다. 3년간 OPS는 0.816. 전형적인 중장거리 타자지만 대신 3년간 평균 24.7도루를 성공시킨 준족이다. 외야 수비도 전 포지션이 가능하다. 장타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지만 2005년 홈런왕 래리 서튼처럼 한국에서 장타가 발전한 선수도 적지 않았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기대사항이다.
윤재국·신종길·최진행 그리고 클락의 가세로 한화의 외야 라인은 새롭게 리모델링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고동진-조원우-연경흠도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왼쪽 어깨 수술 후 재활과정에 있는 이영우도 시즌 시작부터 합류는 어렵지만, 경쟁을 위해서는 재활속도를 바짝 끌어올려야 할 상황. 내야 라인이 공수에서 뛰어난 한화로서는 외야 라인만 보강되면 해볼 만하다. 물론 내야에서도 김태균과 이범호의 각성이 필요하지만, 외야 라인의 전체적인 주력과 팀 배팅 강화는 한화의 부족한 세밀함을 보강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게는 외야 라인 강화가 우승으로 가는 열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고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