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김양중 감독의 '읍참마속'
OSEN 기자
발행 2007.12.13 17: 27

중국의 명서인 삼국지에는 촉의 제갈공명이 아들처럼 아끼던 부하 장수 마속의 목을 벴다는 '읍참마속'이라는 고사가 있다. 지난 12일 '이윤열의 원맨팀'이라 불렸던 위메이드가 발표한 12월 로스터를 살펴보면 팀의 에이스인 이윤열(23)이 빠져있다. 1월 로스터 발표까지 전력의 50% 이상이라는 '천재 테란' 이윤열을 제외한 이유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방이 한창 일어났다.
이윤열은 위메이드의 대표 선수 이지만 김양중 감독(29)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선수. 과거 IS 시절부터 이윤열을 데리고 있던 김양중 감독은 후기리그 초반 이윤열이 부진할때도 이윤열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었다.
이윤열의 로스터 제외 사유는 위메이드 폭스의 내부 규정을 어긴 점. 지난 12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한·일 e스포츠 교류전을 앞두고 개인적인 용무를 보고 연습실 입장 시간에 15분이 늦어서 징계를 받았다. 팀의 큰 형인 이윤열이 모범을 보이지 못한 것에 크게 실망한 위메이드 김양중 감독은 "귀가 조치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본인이 잘못을 많이 반성해 1개월 로스터 제외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로스터 제외 사실에 대해 이윤열 역시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팀에 폐를 끼쳤다. 감독과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앞으로 한달 동안 팀원들의 훈련을 열심히 돕겠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윤열의 로스터 제외 말고 한달 전에는 SK텔레콤의 김성제가 온라인 연습생으로 강등되는 일이 있었다. 외국 팝스타의 공연 관람을 이유로 무단 외출을 강행했던 김성제는 팀워크를 깼다는 이유로 방출에 가까운 중징계를 당했다.
내년이면 10돌을 맞는 e스포츠에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을 달고 뛰는 선수는 총 466명. 초창기 시절인 2001년도 131명에 불과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적 증가이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프로'라는 타이틀에 대한 의식 자체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프로라면 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또 그 목표를 위해 정해 놓은 팀의 규정과 규율에 충실히 따르고 이행도 해야 한다.
물론 프로이기 이전에 사람이라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규정과 규율을 무너진 팀에서 좋은 성적과 모습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한다. 팀 전력의 핵심인 이윤열을 과감하게 로스터에 빼낸 김양중 감독은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한다. 팀내 규정과 규율은 모두가 정해 놓은 약속이다. 선배로서 본보기를 보여야 할 선수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3일 현재 위메이드는 9승 8패 득실 +5로 6위에 올라있다. 후기리그 중반 이후로는 5승 1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창단 첫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높이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에이스인 이윤열을 선수단의 약속인 규정과 규율로 냉철하게 로스터에서 제외시키며 규정과 규율의 본보기를 보여준 김양중 감독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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