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가 마침내 열렸다. 결과는 충격을 넘어 '재앙' 수준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전현역 스타들이 너나할 것 없이 금지약물을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조사해온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은 14일(한국시간) 오랫동안 준비해온 '미첼 리포트'를 발표했다. 약물에 손을 댄 선수들의 실명을 공개한 결과 이미 알려진 배리 본즈는 물론 사이영상 7회 수상에 빛나는 로저 클레멘스(45), 최근 뉴욕 양키스와 거액에 계약한 앤디 페티트(뉴욕 양키스), 초대형 트레이드로 휴스턴으로 이적한 미겔 테하다 등 특급 스타들의 이름이 들어 있다.
이번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의 성적을 종합하면 MVP 7차례, 전포지션 올스타 배출이란 결과가 도출된다. 미첼리포트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역시 클레멘스다. 은퇴와 복귀를 반복해온 그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성기 못지 않은 피칭을 펼쳤는데, 모든 게 약물의 힘이었음이 드러났다. 클레멘스는 뉴욕 양키스에 몸담던 98년 시즌 구단 체력 담당 트레이너인 브라이언 맥나미로부터 약물을 주사받았으며 2000년 시즌 중반에도 자발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클레멘스가 맥나미로부터 약물을 투입받은 것은 모두 4∼6회에 이른다.
현역 선수 가운데 잭 커스트, 에릭 가니에, 폴 로두카, 브라이언 로버츠, 론델 화이트, 릭 앤킬, 제이 기븐스, 트로이 글로스, 호세 기옌 등도 이번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이미 은퇴한 선수들 중에서는 케빈 브라운, 레니 다익스트라, 토드 헌들리, 데이빗 저스티스, 첫 노블락, 할 모리스, 데니 네이글, 모 본, 존 로커, 이스마엘 발데스, 맷 윌리엄스 등이 포함됐다.
미첼 위원회가 이처럼 여러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전력을 파헤치는 데는 내부 관계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맥나미와 전 뉴욕 메츠 클럽하우스 직원인 커크 라돔스키는 적극적인 협조로 스타급 선수들의 약물복용 사례를 구체적으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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