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자 군단' 은 왜 '독재자' 를 선택했나?
OSEN 기자
발행 2007.12.14 09: 42

결국 무기력해진 '삼사자 군단'은 그들의 수장으로 '독재자'를 선택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이하 FA)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스티브 매클라렌 감독의 후임으로 파비오 카펠로 감독(61, 이탈리아)을 선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어서 공식 발표까지는 며칠 걸릴 것으로 보인다. FA가 카펠로 감독을 선임한 것은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전술적인 보완보다는 엄격한 규율과 선수 장악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람파드, 웨인 루니, 리오 퍼디난드, 데이빗 베컴, 마이클 오웬 등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개인 기량에 있어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빛나는 모래는 잘 뭉쳐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잉글랜드 선수들의 스타의식은 너무나 강했고 그 결과 한 팀으로 뭉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1월 홈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유로 2008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잉글랜드의 모래알 조직력은 온 천하에 공개되며 전 세계 축구팬들의 비웃음을 샀다. 이같은 상황에서 FA는 선수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감독을 찾았고 1순위였던 조세 무리뉴 감독이 거부하자 결국 파비오 카펠로를 낙점한 것이다. 카펠로는 '독재자' 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규율을 최우선시 하는 감독이다. 그는 AC 밀란, AS 로마, 유벤투스, 레알 마드리드 등 명문 클럽을 거치며 리그 우승 7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를 포함해 각종 대회에서 13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규율로 선수단을 장악했고 해박한 전술적 지식으로 선수단을 바꾸어놓았다. 레알 마드리드를 4년 만에 라 리가 우승으로 이끌던 지난 시즌 데이빗 베컴을 벤치에 앉히는 등(물론 시즌 말에는 베컴을 붙잡았다) 규율 준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 자신 역시 각종 인터뷰에서 "매 경기 최적의 육체적, 정신적 상태를 만들기 위해 규율이 중요하다" 며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펠로가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우선 자부심이 강한 잉글랜드 선수들을 어떻게 장악할 것인가이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에서 불협화음을 빚었던 잉글랜드의 정신적 지주 데이빗 베컴과의 관계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재미없다' 는 비판을 받고 있는 카펠로 감독의 전술 성향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이냐도 큰 부담이다. 자신들이 세계 최고의 축구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잉글랜드의 축구팬이라면 수비에 치중한 카펠로의 스타일을 크게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축구팬들의 불만을 무마시킬 수 있는 성적을 언제쯤 거두느냐가 카펠로의 삼사자 군단 수장직 수행에 관건이 될 것이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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