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저니맨' 김일두의 '작은' 부활
OSEN 기자
발행 2007.12.15 09: 05

[OSEN=이상학 객원기자] 안양 KT&G 김일두(25·198cm)는 비운의 저니맨으로 기억된다. 지난 2005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창원 LG에 지명된 김일두는 지명권 양도에 따라 드래프트 당일 서울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SK에서 인상적인 홈 개막전 신고식을 치르며 성공적으로 데뷔하는가 싶었지만, 시즌 중 SK에 입단한 동기생 방성윤에게 밀리며 자리를 잃더니 부상으로 낙마했다. 결국 시즌 중 문경은과 맞트레이드돼 인천 전자랜드로 이적했다. 그리고 시즌 후에는 전자랜드로 FA 이적한 김성철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KT&G로 둥지를 옮겼다. 1년새 무려 4개 팀을 옮겨다닌 것이다. 김일두는 경복고-고려대 시절 빅맨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외곽슛 능력은 나쁘지 않았다. 대학 선배 이규섭(삼성)처럼 프로 입단 후에는 장신 포워드로 변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대대로 김일두는 프로 첫 시즌부터 가능성을 보였다. 2005-06시즌 15경기에서 경기당 14.7분을 뛰며 평균 7.7점·1.4리바운드·야투성공률 59.5%를 기록했다. 특히 3점슛은 41개를 시도해 18개를 적중시키는 등 3점슛 성공률 43.9%를 기록했다. 한 번 터지면 멈출 수 없는 내외곽 폭발력과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김일두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패기와 근성으로 똘똘 뭉쳐 분위기 메이커로도 제격이었다. 그러나 SK에서 성공한 신인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시점에서 방성윤이 SK로 온 것은 결과적으로 김일두에게 해가 되고 말았다. 방성윤의 입단으로 입지가 위축됐고, 결국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자 트레이드 카드로 쓰이는 비운을 맛봐야 했다. 전자랜드에서도 리빌딩의 주역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구단 수뇌부 개편과 함께 보호선수로도 지정받지 못하고 KT&G로 갔다. 2년차였던 지난 시즌에는 경기당 9.3분 동안 평균 2.6점으로 매우 부진했다. 야투성공률(59.5%→43.4%), 3점슛 성공률(43.9%→25.8%), 자유투 성공률(81.8%→48.4%) 모두 급하락했다. 패기만만한 플레이도 사라졌다. 2년차 징크스라기에는 너무 부진했다. 하지만 3년차가 된 올 시즌 김일두는 서서히 침묵을 깨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 시즌 22경기에서 출전시간이 경기당 13.4분으로 늘어난 김일두는 평균 4.7점·1.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3점슛 성공률은 26.7%로 형편없지만 야투성공률(52.1%), 자유투 성공률(84.6%)은 제 자리를 찾아갔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평균 8.8점·2.4리바운드·야투성공률 75.0%라는 순도 100%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벤치멤버로 자리가 굳어졌지만 대신 외국인선수가 한 명만 뛰는 2~3쿼터에 높이와 파워로 자신의 능력을 십분활용하고 있다. 줄곧 주전급으로만 활약한지라 종종 경기감각이 떨어진 모습을 자주 보이지만 서서히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일두는 “벤치에서 항상 준비하고 있지만 힘든 상황이 많다. 먼저 뛴 선수들보다 몸이 덜 풀린 상태이고, 또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몰라 잘 안 될 때가 많다”며 벤치멤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사실 김일두처럼 잠재된 재능을 지닌 유망주에게는 어느 정도 보장된 출전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KT&G의 팀컬러는 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김일두도 수긍하고 스스로 팀에 녹아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팀을 위해 리바운드와 스크린 같은 궂은 일을 하다 보면 경기가 자연스럽게 잘 풀린다”는 게 김일두의 말이다. 김일두는 팀 선배 이현호와 함께 외국인선수와 토종빅맨들을 견제하면서 공격에서도 기습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일두는 “1·2년차 때보다 3년차가 되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올 시즌은 자칫 그대로 잊혀질 뻔한 유망주에게 작은 부활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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