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1위' 김연아, 왜 최고일 수 밖에 없나
OSEN 기자
발행 2007.12.15 10: 44

동갑내기 라이벌 요정들의 만남. 2007-2008 시니어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김연아(17, 군포 수리고)와 아사다 마오(일본)의 얘기다. 15일 새벽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열린 2007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 프로그램 경기. 세계랭킹 1, 2위에 나란히 랭크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였기에 세계 각국의 언론과 팬들도 이번 경기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9개월 만의 재회. 올해 그랑프리 2차, 4차 대회를 제패한 아사다 마오나 3, 5차 대회를 석권해 6명이 겨루는 파이널에 오른 김연아 모두 실력차는 대동소이했다. 누가 딱히 앞선다고 할 수 없는 상황. 승부는 '여유'와 '대담함'에서 갈렸다.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 마오는 뭔가에 쫓기는 듯 급하게 연기를 했다. 5번째로 링크에 선 아사다 마오는 초반 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동작을 하다 넘어진 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표정도 시종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동작에선 더 이상 여유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사다 마오는 결국 59.04점 획득에 그쳤다. 자신의 시니어무대 최저 점수였다. 하지만 김연아는 달랐다. 비슷한 타이밍에 같은 실수를 범했다. 김연아도 연기 초반 첫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 동작에서 균형을 잃어 손으로 빙판을 짚었지만 동요하지 않고 곧바로 다음 동작으로 들어섰다. 웃음도 내내 잃지 않았다. 환한 미소와 우아한 동작으로 관객들을 압도했고,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유도해냈다. 마지막 순번이었기에 부담이 더욱 컸음에도 매끄러운 연기를 했다. 3분간의 짧고도 긴 시간이 흐르고 김연아는 기술 점수 34.90점과 프로그램 요소 점수 29.72점을 획득, 합계 64.62점을 얻었다. 1위 확정. 올 시즌 받았던 최고 점수였다. 또한 가장 먼저 연기한 미국의 14세 신예 캐롤라인 장은 61.82점을 받아 김연아에 이은 2위에 올랐지만 아사다 마오-안도 미키의 경우처럼 굵직한 라이벌이 되기까진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 이렇듯 라이벌을 멀찍이 따돌린 김연아는 오는 16일 새벽 열릴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만 범하지 않고 쇼트프로그램과 같은 연기를 해준다면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수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놀라운 평정심. 왜 김연아가 세계 최강이 될 수 밖에 없는지 다시 한 번 입증한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이었다. yoshike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