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요정' 김연아(17, 군포수리고)가 2007-2008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정상에 올랐다. 16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치러진 대회 프리 스케이팅에 나선 김연아는 뮤지컬 주제곡 ‘미스 사이공’에 맞춰 아름다운 율동을 선보이며 132.21점을 획득,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얻은 64.62점을 합해 총 196.83점을 따내 1위를 차지했다. 총 6명의 선수 중 마지막 주자로 링크에 들어선 김연아는 두 번째 점프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을 뿐, 그밖의 모든 연기에서 훌륭한 모습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자신감과 여유가 돋보였다.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가 완벽한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 김연아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바로 전 주자로 나선 미국의 14세 신예 캐롤리나 장이 실수를 범한 것도 그녀의 여유를 높였던 계기였다. 음악이 흘러나오기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긴장을 풀던 김연아는 초반부를 무리없이 소화했지만 두 번째 점프에서 넘어지며 잠시 불안감을 드리웠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바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곧바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연기 내내 얼굴 표정에선 자신감이 넘쳤고, 안정된 몸놀림으로 관객들의 환호와 갈채를 이끌어냈다. 지난 쇼트 프로그램에서 실수했던 점프 동작에서도 움추리지 않고 과감한 연기로 모두를 매료시켰다. 이어진 점프가 비교적 잘 이뤄지자 회전, 스핀, 스텝, 악셀 동작 등 모든 부분이 조화를 이룰 수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도 점점 풀려 보는 이들에게 한결 여유를 안겨줬다. 김연아 스스로도 매우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평소 가장 어려워하던 점프 동작인 트리플 루프까지 잘 마친 그녀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132.21점을 받아 쇼트 프로그램과 합계에서 남들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짜릿한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 소식을 전한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에서 나왔던 점프 실수를 보완키 위해 귀국하지 않고 곧바로 캐나다 토론토로 이동해 전지훈련을 이어갈 예정. 내년 3월 스웨덴 세계선수권 대회를 겨냥함이다. 일단 김연아는 아쉽게 목표했던 꿈의 200점대 달성은 실패했다. 또 아사다 마오가 보유한 현 세계 신기록인 199.52점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실수를 인정함은 물론, 그 상황에서도 여유와 평정심을 되찾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강심장이란 예쁜 자태에는 어울리지 않는 닉네임이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김연아에게 실패와 포기란 없다. yoshike3@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