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토튼햄 핫스퍼의 이영표를 제외한 나머지 프리미어리거들의 모습이 안보인다. 포지션 경쟁자들이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이영표가 분전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이 부상에서 회복, 출격 명령을 기다리는 것과 비교해 설기현, 이동국의 처지는 딱하기만 하다. 이번 주말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겐 시험의 시간이었고, 기쁨보다는 서글픔과 실망이 더욱 컸다. 이영표만 유일하게 16일 오전(한국시간) 끝난 포츠머스와 2007-200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출장,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어냈을 뿐이다. 미들스브러에 속한 이동국은 프라이드 파크 스타디움서 열린 더비 카운티와 원정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고, 팀은 1-0으로 이겼다. 경쟁자 툰카이 산리의 결승골로 인한 승리였다는 점이 이동국의 가슴을 더욱 쓰라리게 했다. 또 지난 주말 아스날전에 이은 2연속 결장이다. 풀햄의 설기현도 벤치만 달궜다. 런던 홈구장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설기현은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내내 몸만 풀다 경기를 마치고 말았다. 이전까지 교체로나마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결장은 설기현에게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딱히 컨디션이 나쁜 게 아니기 때문에 설기현의 서운함은 설명하기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정황을 살필 때 설기현과 이동국, 모두 양 팀 감독의 신뢰를 잃은 듯한 느낌을 준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미들스브러 감독은 팀이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모험을 할 생각이 없고, 로리 산체스 풀햄 감독은 팀이 강등권을 맴도는 상황에서 설기현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더욱이 이동국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내년 1월 미들스브러에서 방출될 수도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고, 설기현 역시 같은 한인 공격수 조재진(시미즈)의 풀햄행 루머에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최악의 시련. 동병상련의 아픔을 타개할만한 뚜렷한 해답이 없다는 점도 설기현, 이동국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 골 맛은 커녕, 출전 기회를 잡는 일이 급한 이들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