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러닝을 많이 안했는데…". 명가 재건을 꿈꾸는 남자배구 삼성화재의 특급 용병 안젤코와 신치용 감독의 묘한 신경전이 웃음을 자아낸다. 16일 열린 NH농협 2007-2008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삼성화재는 LIG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꺾고 파죽의 5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오른쪽 공격수 안젤코는 이날 좌우 측면을 활발히 오가며 좋은 몸놀림을 과시했고,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24득점을 올려 팀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신치용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정말 성실하고 좋은 선수”라고 안젤코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신 감독에게도 한 가지 즐거운 고민이 있었다. 바로 안젤코가 대한항공, LIG손해보험, 현대캐피탈 등 강팀에 강하면서도 상무와 한국전력처럼 약팀에 유독 좋지 못한 플레이를 한다는 것. 실제로 11일 열린 한전과 경기에서 안젤코는 총 15득점을 올렸지만 범실이 평소보다 많았고, 다소 불안한 몸놀림으로 일관해 신 감독을 짜증스럽게 했다. 신 감독은 “안젤코는 정말 나를 ‘열받게 만드는 선수’다”라고 운을 뗀 뒤 “강팀과 경기에선 뭔가 해결해주는데 왜 약팀하고 할 땐 그렇지 않은지 모르겠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이에 대해 안젤코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한전과 경기 전에 러닝을 너무 많이했기 때문에 피곤했다”면서 “10년간 유럽에서 배구를 했는데 아직 한국 훈련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안젤코에게 러닝을 시키면 곧 죽을 상을 지으며 못하겠다고 해버린다”고 부연한 신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안젤코. 그래도 강한 상대와 경기할 땐 뭔가 확실한 해결사 역할을 해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그래도 삼성화재에겐 안젤코가 더없이 소중하기만 하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