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두산 감독을 투자자에 비유하면 '장기적 가치투자자'라 할 수 있다. 저평가 가치주를 발굴해서 대박이 될 때까지 품고 가는 안목과 뚝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냉혹한 손절매 원칙'을 갖고 있는 점에서 묻지마 투자와 궤를 달리한다. 흔히 두산 야구를 믿음의 야구라 지칭하지만 정작 선수에게 끌려가는 야구를 가장 혐오하는 듯 보이는 김 감독이다. 일례로 두산이 5월 초까지 바닥을 헤맬 때, 신인 임태훈과 함께 두산 불펜진을 떠받치다시피했던 모 투수가 있었다. 그러나 4월 거듭된 연투로 지치고 몸에 피로를 느낀 이 투수는 '아프다'라고 김 감독에게 호소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마운드가 붕괴된 지경이었지만 지체없이 "아픈 선수는 쉬어야 한다"라며 그를 2군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는 부르지 않았다. 이후 두산이 치고 올라간 시점과 맞물려 이 투수는 "몸은 이제 문제없다. 다시 던지고 싶다"라며 '애걸'했지만 김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팀이 가장 어려울 때, 팀을 등진 그 선수는 이미 김 감독의 눈밖에 난 것이다. 반면 4~5월 초인적 연투를 펼쳤던 임태훈에 대해선 여름 이후 특별 보호령까지 내려가며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비슷한 케이스는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 이병규 기용법에서도 있었다. 김 감독은 이병규가 대만전에서 공수에 걸쳐 무기력하고 성의없어 보이는 플레이로 일관하자 가장 중요한 일본전에서 이병규를 빼버렸다. 이병규는 9회 대수비로밖에 출장하지 못했고, 이후 끝까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 대신 김 감독이 기회를 줬던 이종욱과 고영민, 이택근 등이 대활약을 펼쳤다. 이런 김 감독의 저평가 가치주 장기투자가 기존의 '황제주'와의 미묘한 갈등을 파생시킨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두산을 뒤덮고 있는 '홍성흔 폭탄'도 김 감독의 채상병 중용이 주요한 요인이었다. 포수로서 채상병의 2007시즌 실적이 출중하기에 제 아무리 홍성흔이라 할지라도 그 이름값에 끌려갈 김 감독이 아닌 것이다. 김 감독이 언론을 통해 '홍성흔이 떠나기를 원한다면 갈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란 요지의 발언을 한 것도 선수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맥락에서 풀이된다. 김 감독 취임 이래 두산은 세대교체 연착륙이란 성취를 얻었다. 그리고 두산은 이제 2007시즌 최다 골든글러브 수상자와 신인왕 배출 구단이란 점에서 확인되듯 스타군단으로 위상이 올라섰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김 감독에게 장기집권의 토대를 열어줬지만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제까지 저평가 가치주를 찾아서 키우는 데 주력했다면 2008시즌부터는 '블루칩'으로 성장한 두산의 신주류들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두산의 기존 빅3(리오스-김동주-홍성흔) 중 이탈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 시국에서 김 감독이 어떻게 팀을 결집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sgoi@osen.co.kr 김경문 감독이 지난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두산 소속 수상자들을 격려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