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거야, 광고를 보는거야.’ 영화 속 간접광고(PPL)가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간접광고가 아닌 직접광고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노골적이다. 최근 영화로는 13일 개봉한 ‘싸움’과 19일 막을 올릴 ‘용의주도 미스신’이 물의를 빚고 있다. ‘용의주도 미스신’은 메이저 제작사 싸이더스FNH의 첫 배급영화. 싸이더스FNH의 실제 주인은 통신 거대기업 KT로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영화 산업에까지 뛰어들었다. 문제는 영화 내용에까지 기업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간 사실이다. 영화 속 남자주인공 이종혁의 직업은 잘나가는 IT기업 젊은 간부으로 묘사되는 데 사무실은 이동통신회사 KTF를 정면으로 비추고 있다. 여기에 재벌이나 검사 남편감을 찾는 주인공 미스신(한예슬)은 광고기획사 AE로 KTF의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그대로 내보냈다. 지난 2년동안 CF시장을 휩쓸다시피했던 KTF의 차세대이동통신 홍보 내용이 길게 상영되는 동안에는 영화를 보는 건지 이 회사 CF를 보는건지 구분이 힘들 정도다. 시네마서비스의 ‘싸움’도 시사회에서 과도한 간접광고로 구설수에 오른 뒤 정식 개봉 때는 문제의 장면들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경구 김태희 주연의 이 영화 속에는 축산학과 교수 역의 서태화가 젖소와 함께 등장해 서울우유 광고를 찍는 내용이 삽입됐었다. ‘용의주도 미스 신’과 마찬가지로 스쳐지나가는 간접광고 수준을 넘어서 노골적으로 특정회사와 상품을 장시간 관객들에게 그대로 노출하는 CF를 틀었던 셈이다. 현재 지상파 TV의 드라마나 쇼프로는 간접광고와 관련해 규제를 받고 있지만 영화는 거의 무방비 상태다. 주인공들이 특정 회사의 식음료 등을 계속 마시거나 의류를 착용하기도 하고, 스크린에 기업 로고를 비추는 식이다. 이같은 간접 광고의 대가로 영화 제작사는 돈이나 소품 협찬을 받아 제작비 일부를 충당한다. 이같은 영화 속 간접광고의 경우 할리우드에서 일찌감치 선보였다.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사랑을 위하여'를 보면 주인공 메이저리그 야구선수가 전용기로 이동하면서 한 유명업체의 야채주스를 선택해 먹는 장면이 나온다. "건강을 위해서 자주 마신다"는 멘트까지 덧붙여서. 간접광고인 셈이지만 눈여겨 보지않는 이상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이에 비해 최근 국내 일부 영화들의 간접광고는 직접적으로 제품과 회사를 소개하고 홍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점차 간접광고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를 전문으로 섭외해주는 프로모션 회사까지 나타났다. 영화 관련 행사 기획 및 진행을 하면서 제작에 필요한 제품과 영화 속 광고 노출의 기업체 섭외를 도맡아해준다는 업체다. 치솟는 스타 출연료와 제작 비용 때문에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영화 제작사로서는 공돈이나 다름없는 간접광고 수입이 반가울수 밖에 없다. 그러나 좋은 영화를 찍어서 정당하게 벌어들이는 관객 입장료 이외의 수익에 자꾸 맛을 들이다보면 주객이 전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실정이다. mcgwire@osen.co.kr '싸움'과 '용의주도 미스신' 포스터, 시네마 서비스와 싸이더스FNH 보도자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