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가드진 부진으로 '2%' 부족
OSEN 기자
발행 2007.12.17 14: 18

[OSEN=이상학 객원기자] 차라리 허재 감독이 뛰는 게 낫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지난 시즌 최하위 전주 KCC가 올 시즌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는 요인으로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트윈타워’ 서장훈-브랜든 크럼프의 골밑 높이, 제이슨 로빈슨의 해결사 능력, 탄탄하고 유기적인 수비 조직력이 바로 그것이다. 골밑 높이와 수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가다보니 공격에서 몇몇 선수에 대한 의존 현상도 줄어들었다. 올 시즌 추승균이 20점대 이상 득점을 올린 경기가 딱 한 차례밖에 없지만 KCC는 13번이나 승리했다. 그러나 KCC는 최근 3연패로 주춤하고 있다. 그 한가운데 바로 2% 부족한 가드진이 있다. ▲ 뼈아픈 이상민 공백 지난 16일 서울 삼성과의 전주 홈경기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이상민이 올 시즌 처음으로 전주를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구단에서 버스 3대를 동원해 110여 명의 전주 원정 응원단을 보내는 등 부상에서 돌아온 이상민의 복귀 시기에 맞춰 열기를 끌어올렸다. 기대대로 이상민은 이날 19분41초만 뛰고도 13점·6어시스트라는 알토란같은 기록과 함께 4쿼터 막판 결정적인 3점슛을 작렬시키며 친정 KCC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그러나 KCC에게 더욱 뼈아픈 것은 패배를 확인시키는 3점슛보다는 패배의 길 이끈 이상민의 패스였다. 이날 이상민은 외국인선수 빅터 토마스, 테런스 레더와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골밑에서 백도어로 들어가는 토마스를 놓치지 않고 한 번에 골밑으로 패스를 찔러줘 손쉬운 득점을 이끌어냈고, 과감한 앨리웁 패스도 주저하지 않았다. KCC로서는 크럼프가 부상으로 결장하며 약화된 골밑 높이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상민의 과감하고도 정확한 패스워크는 KCC의 수비 조직력마저 일순간 흐트릴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득점은 외국인선수들이 책임졌지만 전체적인 경기 조율과 공격 주도는 이상민의 몫이었다. 이상민의 투입으로 코트 안팎에서 경기 분위기가 한 번에 반전될 정도였다. 그러나 KCC는 크럼프의 결장으로 낮아진 골밑도 문제였지만, 가드진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다시 한 번 대두됐다. 주전 포인트가드 임재현은 이날 22분42초 동안 무득점·3어시스트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고, 백업 포인트가드 신명호도 24분12초를 뛰며 2점·4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무엇보다 도합 2점에 그친 득점은 차치하더라도 가드 본연의 역할인 볼 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더욱 더 치명적이었다. 경기 내내 골밑의 서장훈이나 추승균에게 볼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 볼이 외곽 밖에서만 겉도는 답답한 모습을 반복한 것이다. ▲ 난조의 가드진 KCC 가드진은 10개 구단 중 가장 떨어지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공식 포지션을 기준으로 올 시즌 23경기에서 KCC 가드진이 기록한 득점(228점)은 가장 떨어진다. 어시스트(126개)는 원주 동부(110개) 다음으로 적다. 그러나 동부의 경우에는 사실상 슈팅가드로 활약하고 있는 강대협과 이광재의 공식 포지션이 포워드로 분류된 탓이다. 또한 KCC 가드진은 3점슛도 겨우 31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이상민이 올 시즌 15경기에서 기록 중인 득점(228점)과 3점슛(33개)보다 많지가 않고 어시스트(100개)만 높은 수치다. KCC 전체 가드진의 활약이 이상민 하나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KCC 가드진은 임재현·신명호·박상률·한정훈·이동준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가동되는 선수는 임재현·신명호·박상률이다. 신인 포인트가드 신명호는 고질적인 슛의 부재로 외곽 공격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지만, 스피드와 힘을 앞세운 끈끈한 수비와 날카로운 컷인 플레이로 팀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올 시즌 22경기서 평균 2.4점·1.3어시스트. 최근에는 상대 포인트가드를 틀어막는 스토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경기 전체를 이끌고 아우르는 능력은 물론 골밑 높이를 살릴 수 있는 패스워크도 부족하다는 평이다. 박상률도 한 번 터지면 폭발하는 3점슛 외에는 이렇다 할 강점이 없다. 문제는 고액연봉자 임재현이다. 지난 여름 FA가 되어 5년간 연봉 2억 81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KCC에 새둥지를 튼 임재현은 올 시즌 23경기에 모두 출장했으나 평균 5.4점·3.1어시스트에 그치며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골밑 높이에서 파생되는 외곽슛 찬스도 못 살리고 있다. 올 시즌 3점슛 성공률이 27.7%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3점슛 성공률 37.4%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실망스러운 수준. 과거 서울 SK 시절 서장훈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슈팅력 좋은 포인트가드로서 좋은 궁합을 보였지만 KCC에서는 아직 상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가드로 팀 전체를 이끄는 데도 애로를 드러내고 있다. KCC는 10개 구단 중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다. 트윈타워만 놓고 보면 김주성과 레지 오코사의 동부가 조금 더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서장훈-크럼프 외에도 로빈슨과 추승균 등 동 포지션에서 신장에 우위를 지닌 선수들은 KCC가 더 많다. 그러나 그 높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드진의 활약이 미진하다는 점이 올 시즌 KCC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허재 감독이 양복을 벗고 코트에 복귀해도 골밑으로 볼을 넣는 능력만큼은 지금의 KCC 가드들보다 나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 이상민이 16일 전주 경기서 보여준 화려하면서도 실속 만점의 패스워크는 KCC에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상민만 있었더라면 올 시즌 KCC는 진정한 최강군단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신명호-임재현-박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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