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요금을 올리자는 주장이 드디어 영화계에서 강하게 터져나왔다. 수익구조 악화로 신음하던 한국 영화인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참고 참았던 신음 소리나 마찬가지다. 현재 7000원(평일 기준) 입장료를 1만원으로 43% 가량 한꺼번에 올리자는 안이다. 영화인회의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관련 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도가 나간 후 인터넷 상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비난하는 네티즌 여론이 드세다. 왜? 사실 지난 30년 사이 연극, 영화, 뮤지컬 공연 등을 놓고 봤을 때 영화요금의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1976년 9월 국립극단이 공연한 '페르귄트'의 최저 입장료는 500원. 30년 뒤인 지난 해 국립극단이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 '떼도적'의 최저 입장료는 1만5000원으로 30배 올랐다.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물은 출연진이 화려할 경우 특석은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1976년 서울 개봉관의 한국영화 입장료는 400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가 7000원으로 18배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영화요금의 인상이 상대적으로 더뎠던 문제는 자장면, 초코파이의 예에서 해답을 찾을수 있다. 자장면은 주로 서민들이 즐겨 먹는 대중적 인기로 인해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곤 했다. 1976년 당시 200~300원 했던 자장면 가격은 현재 3000~4000원 정도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일반 국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문화공간이자 쉼터라는 사실에서 번번이 요금 인상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영화요금이 최소한 물가상승률에 준해서 올라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주장은 수긍이 갈 법하다. 그럼에도 일반 네티즌이나 관객 여론이 비난 쪽으로 흐르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이동통신사와 신용카드 할인 등 각종 혜택으로 영화를 싸게 볼수 있던 제도들을 영화계 내부 사정으로 인해 점차 줄여온 데 대한 반발이다. 불과 2년전까지 할인 혜택 등을 포함하면 3000원 정도에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었던 관객 입장에서는 입장료가 1만원으로 뛸 경우 졸지에 3배 이상 가격이 오르는 꼴이 된다. 둘째는 영화계 수익 구조 악화가 제작사들의 무차별 캐스팅 전쟁으로 인한 스타들의 몸값 수직 상승 등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영화 위기'를 외쳐대고 있지만 지난해 한국 영화계는 사상 최대인 110여편의 작품을 쏟아냈다. 셋째는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 시위 등으로 '제 밥 그릇만 챙긴다'고 미운 털이 박혀있던 참에, 이로 인한 영화계 손실을 보전한다는 목적으로 영화발전기금 5000억원을 조성하면서 그 상당 부분을 입장료에서 가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올 여름부터 영화진흥위원회는 각 극장을 상대로 입장료 7000원의 경우 204원씩 발전기금을 걷고 있다. 당시 기금 마련과 관련해 정부, 영진위는 “당장 극장 입장료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었다. 그러나 채 연말이 지나기도 전에 영화계에서부터 영화요금 인상안이 터져나왔고, '역시 관객만 봉이냐'는 네티즌들의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mcgwire@osen.co.kr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포스터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