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 모비스, '희망이 있어 괜찮다'
OSEN 기자
발행 2007.12.18 13: 48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16일 프로농구의 이목은 온통 전주에 집중됐다. 전주 KCC에 영입된 FA 서장훈의 보상선수로 서울 삼성으로 이적한 이상민이 자신의 심장과도 같은 전주에 올 시즌 처음으로 발을 디딘 날이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이상민은 4쿼터 막판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작렬시키며 삼성의 승리를 주도, 화끈한 '복수극'을 연출했다. 그 사이 부산에서는 작은 기적이 연출됐다. 울산 모비스가 부산 KTF를 80-77로 꺾고 시즌 첫 연승을 달린 것이다. 개막 후 42일간 독점한 꼴찌 타이틀도 대구 오리온스에 넘긴 채 9위로 올라섰다. 비록 이상민의 전주 복귀전에 가렸지만 모비스의 시즌 첫 2연승은 여러 모로 희망적이었다. 완패는 없다 올 시즌 모비스는 22경기에서 5승17패, 승률 2할2푼7리를 기록하는 데 그치며 전체 9위로 처져있다. 평균 77.0득점(10위)-82.5실점(8위)에서 나타나듯 공수양면에서 총체적 난국에 시달렸다. 하지만 모비스의 22경기 중에는 외국인선수 한 명 없이 치른 경기가 8경기나 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이 8경기에서 모비스는 전패했다. KTF전서 이겨 가까스로 1할대 승률에서 벗어난 성적 자체만 놓고 보면 모비스는 심각한 부진을 드러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 이 정도로 추락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최하위로 처진 오리온스는 올 시즌 당한 19패 가운데 13패가 두 자릿수 이상 득점 차이로 당한 완패였다. 오리온스는 평균 78.0득점(8위)-87.5실점(10위)으로 평균 득실점 마진 ‘-9.5점’을 기록, 이 부문에서 압도적인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20점차 이상 차이를 보이며 대패한 경우도 4차례나 있다. 15일 서울 SK전에서는 시즌 최다점수차(35점)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오리온스는 시종일관 끌려다니며 철저하게 유린당하는 무기력한 패배가 다수였다. 하지만 모비스는 오리온스와 달랐다. 비록 순위 자체는 하위권이었지만 쉽게 패하지는 않았다. 모비스는 올 시즌 기록한 17패 중 두 자릿수 이상 득점 차이로 패한 경기가 6경기로 비교적 적었다. 20점차 이상 대패는 딱 한 차례밖에 없었다. 반면 5점차 이하 차이로 당한 패배는 5차례로 지난주까지 1할대 승률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편이었다. 그 중 슛 하나로 승부가 바뀔 수 있는 3점차 이내 패배가 4차례였다. 그만큼 한 끗 차이로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된 팀이다보니 경기 막판 승부를 매조지하는 데 애를 먹어야했다. 하지만 계속된 패배에도 불구하고, 모비스는 완패를 당하지 않음으로써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계속된 성장 모비스의 경기는 무기력한 패배가 많지 않았다는 점 외에도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바로 유망주들의 성장이 그것이다. 거듭되는 패배에도 유망주들은 성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모비스라는 팀 이름에는 점점 깊은 상처가 패여가고 있었지만, 유망주들의 두 팔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창을 겨누고 있었다. 올초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라는 낮은 순위에 모비스에 지명된 함지훈은 자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지나친 몇몇 팀들을 후회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고, 김효범은 잦은 기복에도 한 번 폭발할 때는 무서운 폭발력을 보여주며 팬들로 하여금 좀처럼 기대를 버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함지훈의 활약은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시즌 초반 분석이 덜 된 상태에서 상대팀이 당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함지훈은 무려 20경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이를 완전하게 상쇄시켰다. 올 시즌 22경기에서 평균 16.6점·6.6리바운드·3.2어시스트라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각각 국내선수 3위와 2위에 랭크돼 있는 함지훈은 어시스트도 팀에서 1위다. 야투성공률도 52.9%로 국내선수 3위. 현란하기 그지없는 골밑 스텝과 피봇 동작으로 상대를 따돌리는 플레이는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또 침착하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기당 평균 5.55개의 자유투를 얻어낼 정도로 상대 수비에 위협적이다. 김효범은 시즌 초반 기세를 잇지 못하고 주춤하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16일 KTF전에서 날카롭고도 위력적인 ‘미친 듯한’ 골밑 돌파와 더블 클러치를 무려 5차례나 성공시키는 등 4쿼터에만 13점을 몰아넣으며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다. 승부처에서 김효범의 1대1 능력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들쭉날쭉함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3년차가 된 올 시즌 김효범은 평균 10.8점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기대치에 부응하고 있다. 주변인이나 다름없었던 지난 2년과 달리 주력 멤버로 성장하고 있다. 이외 신인 포인트가드 박구영도 자신감 넘치는 외곽슛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 올 시즌 평균 5.4점을 기록 중이다. 산드린의 합류 지난주까지 모비스의 경기는 팬들로 하여금 젊은 선수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으나 매번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아쉽게 무너지는 모습에서는 안타까움과 연민을 자아냈다. 젊은 팀의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하지만 모비스에게는 그 모든 시간이 미래를 향한 투자였다. 모비스에게는 내일의 희망이 있었다. 그 내일이 바로 지금으로 다가왔다. 일시 대체 외국인선수 얼 아이크와 함께 치른 6경기에서 3승3패로 선방,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모비스는 18일 SK전부터 에릭 산드린이 합류한다. 때아닌 발목 철심 문제로 본의 아니게 물의를 빚은 산드린은 속죄의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최근 프로농구의 대세는 빠른 공수전환을 앞세운 스피드 농구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궁지로 몰리자 스피드 농구를 택했고 이를 위해 지난달 15일 SK와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전형수·김두현을 데려오고 산드린을 대체 외국인선수로 영입했다. 산드린이 부상으로 곧바로 합류하지 못하는 바람에 먼 길을 험하게 돌아와야했지만, 아직 모비스는 32경기가 더 남아있다.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더 많다. 게다가 산드린과 스피드 농구를 이끌어야 할 전형수가 최근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고, 우지원이 주전으로 출장한 최근 5경기에서 평균 19.2점·3점슛 4.4개를 터뜨리며 슈터로 제 역할을 다해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우지원의 최근 5경기 3점슛 성공률은 무려 52.4%다. 길고 긴 꼴찌의 터널에서 벗어난 모비스. 희망의 꿈을 품은 그들은 비록 9위지만 충분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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